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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착륙 현실화 조짐
입력2001-01-09 00:00:00
수정
2001.01.09 00:00:00
신경립 기자
美 경착륙 현실화 조짐
주요 기관·증권사등 잇딴 침체 전망
미국의 경기 침체가 막연한 근심거리에서 눈 앞에 닥친 현실로 모습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꾸준히 가능성이 제기돼 오면서도 "설마"하는 수준으로만 인식됐던 미국 경제의 경착륙(하드랜딩)이 실제 상황으로 닥칠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모건스탠리 딘위터 증권은 8일(현지시간) 올 상반기중 미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심각한 경기침체(recession)국면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 먼발치에서 들리던 경고음을 '실제상황'사이렌으로 바꾸어 놓았다. 미 주요 증권사 및 경제예측기관이 미 경제가 침체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전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는 올 상반기중 미국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침체상태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학자들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경우 경기 침체국면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로치는 정보기술(IT) 분야의 투자 위축과 증시 침체, 전력난, 기업 도산에 따른 신용경색 등이 경기 침체를 일으켜 올해 성장률은 1.27%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도 미국이 이미 신용경색에 빠진 상황이라고 지적, 경기 침체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을 고조시켰다.
이날 S&P의 금융기관부문 글로벌 리서치 책임자인 타냐 아자크스는 국채와 투자부적격등급 채권의 금리 차이가 4%포인트 이상 벌어지는 것을 신용경색으로 정의할 경우 "미국과 유럽은 이미 신용경색 국면에 돌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카고 소재 투자은행인 그리핀쿠빅 스테펀스 & 톰슨의 수석 경제학자 브라이언 윕스버리는 경기침체가 이미 지난해 10월에 시작돼 올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상 최장기 호황 끝에 닥칠 미 경제의 경착륙 예고는 학계에서도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99년 노벨상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먼델은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지는 않더라도, 2%를 밑도는 성장률은 사실상 침체와 같은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제전문 다우존스 통신은 8일 이같이 전하고, 많은 경제학자들이 올 상반기중 미 경제성장률을 2% 아래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 격주간지 포브스 최신호(22일자)는 일부 시장 관계자들의 말을 빌어 경기 침체가 발생할 경우 뉴욕 증시의 나스닥지수가 1,800포인트선을 무너뜨릴 것이란 전망까지 제기했다.
이처럼 요란히 울리는 경고 사이렌과는 달리,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 세계 주요 통화당국은 미 경제가 무사히 연착륙에 성공할 것이란 기대를 꺾지 않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의 에드워드 조지 총재는 8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10개국 중앙은행 총재들의 회동 후 "참석자들 중에 미 경제의 경착륙을 예상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고 밝혔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9일자로 보도했다.
FRB의 로저 퍼거슨 부총재와 바젤 회의 참석자들도 미국이 올해 2~3%의 성장을 유지한다는데 모두 의견을 같이 했다며, 모건 스탠리 등이 제기한 경착륙 가능성을 부인했다.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인 잭 긴도 공식 연설을 통해 "미 경제는 여전히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며 침체 우려를 일축했다.
하지만 강한 '펀더멘털'만을 근거로 무조건 연착륙을 기대하기엔 침체에 대한 예측과 불안이 너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의 경착륙이 현실화된다면 그 파장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전망대로 올 상반기중 일시적인 침체에 그칠지, 또는 최장기 호황에 이은 수년간의 장기 불황이 계속될 지는 미지수.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럽이 상대적인 안정을 유지하는 반면 아시아와 남미 등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은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어 국내의 불안감은 날로 더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뉴욕=이세정특파원 boblee@sed.co.kr 신경립기자 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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