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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1일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을 딱 잘라 거부했다. 그동안 ‘대꾸할 가치도 없는 사안’이라며 연정론 언급조차 꺼렸던 한나라당이 공식적으로 대연정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일단 대연정의 ‘공론화’에 제동을 걸어 여권이 정국의 주도권을 쥐는 것을 막자는 전략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노 대통령의 대연정론이 선거구제개편을 의미하는 것인 만큼 이와 관련된 나름대로의 손익계산도 부분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우리당은 바로 ‘한나라당=지역주의 집착당’이라며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을 대연정의 공론장에 끌어들이려는 ‘드리블’이면서 동시에 비판 그 자체가 한나라당을 흠집내기 위한 여권의 전략으로 해석된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염창동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선거법 하나를 개정하기 위해 대통령의 권력까지 내놓겠다는 것은 실로 무책임하고 헌법 파괴적인 생각”이라며 “야당과 일시적으로 흥정하는 도구로 쓰라고 국민이 대통령으로 선출했다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헌법파괴를 넘어서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이어 “대통령이 계속 연정에만 매달리더라도 저와 한나라당은 이제 더 이상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며 “민생을 살리는 길로 매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연정론의 공론화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이에 대해 우리당은 바로 ‘지역주의 집착당’이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전병헌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지역주의라는 기득권에 집착하는 ‘지역주의 집착당’을 재확인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대변인은 최근 일부 기자들을 만나 “연정 제안을 한나라당이 받으면 우리당이 어젠다를 주도해 나가는 것이고, 거부하면 지역주의로 몰면 되는 것이다”며 다소 정략적인 발언을 한 바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이에 대해 “이는 국민의 눈을 가리려는 떳떳치 못한 선전술에 불과하며 오히려 지역주의를 교묘하게 조장하려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응수했다. 우리당은 대연정 제안을 거부한 한나라당을 향해서는 칼날을 들이대는 한편, 당내 호남출신을 중심으로 한 연정 거부 움직임에 대해서는 개별 접촉을 통해 설득해 나가는 등 내ㆍ외부적으로 강ㆍ온 양면 작전을 구사하며 연정론의 불씨를 살려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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