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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이 부른 또 다른 불륜

내달 8일 개봉 앞둔 영화 ‘외출’<br>욘사마 아닌 배용준으로서 “새로운 도전” 화려한 영상미 불구 연기력 부족 아쉬움


영화 ‘외출’은 ‘욘사마’의 첫번째 작품이다. 아니, 두 번째 작품이다. 첫 번째는 지난해 선보인, 그의 극단적인 근육질 몸매를 담은 사진집이었다. 일본 열도를 흥분시킨 ‘겨울연가’나 영화 ‘스캔들’까지는 ‘욘사마’로서가 아닌 배용준의 콘텐츠였다. 한국의 인기 배우로서의 역할만 다 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외출’은 아니다. 일본 열도의 황태자로, 아시아의 톱스타로서의 짐까지 어깨에 짊어졌다. 그 때문일까. 영화 ‘외출’에선 사랑에 목마른, 포근하고 우수에 찬 ‘욘사마’밖에 보이지 않는다. 배용준은 “하기 어려운, 새로운 연기에 도전했다”고 말했지만 이 영화를 보고 그런 그의 말에 동의할 관객을 없을 듯 하다. 영화는 콘서트 조명감독 인수(배용준)의 얼굴을 정면으로 비추면서 시작된다. 아내가 강원도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삼척으로 향한다. 혼수상태에 빠진 아내. 옆 병상엔 낯선 남자도 중태에 빠졌다. 그들 둘이 불륜이라는 걸 알기까지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 남자에겐 아내 서영(손예진)이 있다. 함께 불륜을 알고 함께 절망하는 남녀. 자신들도 모르는 새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힘이 된다. 감정은 미묘해진다.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둘은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진다. 영화는 두 주인공에게 집중한다. 잡다한 식구나 동료의 등장은 최소화된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를 연출하며 새로운 영상미학을 잡아냈다는 찬사를 들었던 허진호 감독의 작품인 만큼, 영상미 하나는 남부럽지 않다. 그러나 앞의 두 작품에서 여백의 아름다움을 보여줬던 감독은 답답할 정도로 두 주인공을 가깝게 클로즈업한다. 영화는 여기서부터 관객과의 소통이 거부된다. 얼굴근육만으로 감정을 표현하기엔 주인공들의 연기력은 사실 ‘함량미달’이다. 배용준은 건조하게 흐느끼지만, 여전히 따뜻함을 걷어내지 못한다. 손예진의 어색한 표정연기와 딱딱한 대사처리는 이제 지적하는 게 무안할 정도다. 영화 속 배용준은 여전히 ‘욘사마’일 뿐이다. 멋스런 정장과 목도리는 던졌지만, 긴 머리와 안경 속의 눈매, 따뜻한 말투는 여전하다. 화제가 됐던 베드신은 그의 한류 팬들을 작정하고 노리듯이 그의 빼어난 복근에 집중한다. “집안 일 해요”라는 서영의 말에 “어려운 일 하시네요”라고 부드럽게 말을 건네는 배용준의 대사는 흡사 자신을 따르는 아시아의 중년 주부팬들에게 건네는 위로의 대사에 다름 아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가 보여준 안타까운 죽음, ‘봄날은 간다’가 그려낸 사랑 자체에 대한 질문을 기억하는 관객에게 영화 ‘외출’은 ‘욘사마’의 영상모음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배용준 역시, ‘준상’이란 이름만 버린다고 이미지 변신이 되는 건 아니다. 애초에 범아시아 프로젝트를 작정하고 작품을 만든 제작사나 배용준에게 한국관객 쯤은 별 의미가 없었을 지도 모른다. 9월 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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