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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중시하는 버냉키 '주식버블' 다시 부를까

세계의 경제 대통령 버냉키 파워<br>가토 이즈루ㆍ야마히로 츠네오 지음, 달과소 펴냄



"무슨 걱정이야. 헬리콥터 타고 하늘에서 지폐를 팡팡 뿌려대면 그만이지." 경기 침체(디플레이션)에 시달리는 일본 경제를 구하기 위해 일본은행이 취할 행동이 뭐냐는 질문에 프린스턴 대학 교수로 있던 벤 버냉키가 천연덕스럽게 내놓은 대답이다. 2005년 10월 24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버냉키를 앨런 그린스펀 뒤를 이을 미국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장으로 지명했을 때 워싱턴 정가 사람들과 월 스트리트 증권맨들 사이에선 '헬리콥터 벤'의 시대가 열렸다는 우스개 소리가 오갔다. 월가 사람들은 버냉키의 정책 방향에 대해 아직 확신을 갖진 못했지만 일단 그의 FRB 의장 지명을 환영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부시 대통령이 선거에서 공을 세운 측근을 위한 연줄 인사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안도의 표현이기도 했다. 그의 지명 소식이 알려지자 전 세계는 과연 버냉키가 어떤 인물인가 알아 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워싱턴에서 대통령 다음 가는 영향력을 가진 사람' '전 세계 증권 시장 영향력 일순위 인물'로 꼽히는 미국 중앙은행 FRB 수장 자리에 오를 버냉키의 말 한마디에 세계 증시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수조달러가 오르내리는 현실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다. 1953년 12월 13일 조지아주 오거스타에서 태어난 버냉키. 부모는 독실한 유대교 신자. 고교 시절 전체 A학점을 받을 정도로 수재였고 유대교 명문 학교인 브랜다이스에 원서를 냈다가 한 랍비의 권유로 하버드 대학으로 진로를 수정했다. 79년엔 MIT 공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고 85년까지 스탠포드 경제학 교수로 재직한 뒤 프린스턴 대학으로 옮겨 6년동안 학부장을 맡는다. FRB와의 인연은 2002년에 부시 대통령 지명으로 FRB 이사에 취임한 때부터. 그의 임명 소식에 동료 교수들은 "그가 공화당 지지자였어"라며 놀라워 했다. 그의 FRB 진출은 하버드 대학의 글렌 허버드 교수 추천 덕택이었다. 친한 친구들조차 "이데올로기와는 거리가 멀어 클린턴 정권에서도 경제학자로 일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말할 정도는 그는 정치색이 적었다.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그는 비교적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너그러운 시선을 가진 인물로 알려졌다. 별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정책 조절만 잘 하면 헬리콥터로 돈을 쏟아 부어도 웬만해서는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인플레이션 둔감론자로 단정지을 수 있다. 인플레이션을 우려하지 않는 그의 정책 방향은 결국 금리 인상쪽보다는 금리인상 중단이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 쪽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버냉키는 올 2월 의장 취임이후 금리 인하 관련 발언을 쏟아내 증권 시장이 큰 폭으로 뛰었던 적이 많았다. 하지만 월 스트리트는 아직 그의 정책 방향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사실 취임 이후 그의 발언은 증권 시장에 적지않은 혼란을 줄 정도로 갈팡질팡했다. 신중하며 은유적인 단어를 쓰는 앨런 그린스펀에 비해 그의 발언은 단정적이면서 조심스럽지 못한 편이다. 지난 5월 초 CNBC의 여성 앵커 바티로모와의 사적인 대화에서 "시장에서 나의 정책을 잘못 읽고 있다"고 말한 것이 알려져 세계 증시가 폭락하기도 했다. 일본 토단(東短) 리서치 대표이사이자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가토 이즈루와 블룸버그 뉴스 기자로서 미국 재무성 기자실에 상주하며 FRB를 취재했던 야마히로 츠네오는 '세계의 경제 대통령'이라 불리는 FRB 의장 버냉키에 대한 세인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버냉키의 정책 성향은 물론 그가 몸담고 있는 FRB의 역사, 그의 전임자 앨런 그린스펀의 발자취, FRB와 정치권과의 관계, 버냉키 체제의 미래 등을 객관적인 자료들을 바탕으로 꼼꼼하게 적어 놓았다. 저자들은 버냉키의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단정적인 어구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성장을 중시하는 평소 주장에 비춰봤을 때 그는 주택 시장 버블 현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담담하게 금리 인하에 나설 공산이 높다고 본다. 그 결과에 대한 예상은 비교적 우울하다. 세계가 1995년 주식 버블이나 2000년 IT 주식 버블과 같은 비극적 길을 다시 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마지막 장을 장식하고 있다. 위기 관리자로서의 그의 능력은 아직 미지수라는 게 그들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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