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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그후 10년] 벤처 클러스터 만들려면…

"대학·연구소등 유치 '저수지' 조성해야"<br>R&D 네트워크 구축 서두르고 벤처캐피털 위상 재정립도 시급

미국 실리콘밸리 전경

“마치 기름방울이 물에 떨어진 듯 유기적 결합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유능한 연구원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하는 인적 네트워크 구축이 시급하다.” 지난 84~88년 미국 과학재단(NSF)의 공학담당 부총재로 재직하고 2006년 7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임 총장으로 취임한 서남표 총장은 대덕특구를 둘러 보고 깜짝 놀랐다. 국책 연구기관 40개, 기업부설 연구기관30개, 벤처기업 700개가 모여있는 한국 첨단 과학기술의 산실인 대덕특구가 물리적으로는 클러스터의 형태를 갖췄지만 내부 인적 네트워크가 너무나 취약했기 때문이다. 서 총장은 요즘 대덕특구내 연구소를 돌아 다니면서 유능한 연구원을 발굴, KAIST 겸임교수로 영입하고 있다. 100명 정도의 겸임교수를 확보하면, 우선 연구소와 학교간의 R&D 네트워크를 구축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벤처의 본산이었던 서울 강남 ‘테헤란밸리’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갑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저수지가 필요한데 저수지가 없다”며 테헤란밸리의 구조적 실패요인을 잘라 말했다. 그는 “실리콘밸리 주변에는 잘 갖춰진 금융시스템과 세계 최고의 대학이 포진해 있지만 테헤란밸리에는 대체 어떤 대학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대학과 연구소가 들어설 자리에 화려한 간판의 유흥업소가 속속 들어선 테헤란밸리의 모습은 ‘연구’가 아닌 ‘접대’로 성장한 국내 벤처산업의 어두운 그림자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한국의 벤처 생태계에 실리콘밸리와 같은 우수한 R&D 클러스터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벤처기업에 돈을 투자하는 벤처캐피탈의 위상 재정립이 가장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이사회 의장은 “미국의 경우 벤처기업에 자본 이외에도 매니지먼트, 어드바이스, 레퓨테이션(이미지 관리) 등 필요한 리소스를 충분히 제공하는데 한국의 경우 이 모든 것을 본인이 알아서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병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미국은 벤처 캐피탈리스트가 기술 유무를 정확히 포착, 지원하는 시장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며 “벤처 생태계를 복원시키기 위해서는 정부가 아닌 벤처캐피탈이 기술가치와 비즈니스 모델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특히 “정부 주도의 검증 시스템으로 촉발된 벤처 버블이 꺼지면서 오히려 최근에는 신기술을 가진 벤처기업이 시장에서 지나치게 저평가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며 “중소ㆍ벤처기업이 벤처캐피탈을 통해 적절한 평가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벤처캐피탈을 활성화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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