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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해외 투자설명회(IR) 등을 위해 미국 뉴욕으로 출발한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의 곁에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으레 따라붙는 수행비서가 없었다. 뉴욕 IR 이후 이스탄불 국제통화기금(IMF)총회와 런던 IR를 치르고 9일 저녁 돌아오는 짧지 않은 출장길이지만 그는 IR담당자 정도만을 대동하고 나섰다. 사실 그에게는 수행비서가 애초부터 없다. 엄밀하게는 지주사 내에 비서실 자체를 두지 않고 있다. 올해 신 사장에게 CEO 자리를 물려주고 명예롭게 은퇴했던 이인호 신한지주 고문 역시 사장 재임시절에 비서실을 만들지 않았다. 지주의 맏어른격인 라응찬 회장도 수행비서 없이 다닌다. 다른 금융지주들의 경우 정식 직재로 비서실장을 두거나 정식 직재는 아니더라도 보직상의 비서실장을 두고 있다. 사업 규모면에서 이들과 어깨를 겨루는 신한지주가 CEO 비서실을 두지 않는 것을 놓고 '너무 짠 티 낸다'고 혀를 내두르는 이들도 있다. 물론 신한지주가 비서실 없이 운영되는 것은 비용절감 측면도 있다. 현재 신한지주의 근무 인력은 100명 정도다.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도 130~140명 안팎의 임직원만으로 인원을 최소화해 운영하고 있는데 신한지주는 이보다 더 허리띠를 졸라맨 것이다. 하지만 신한지주가 비서실을 두지 않는 이유는 돈 몇 푼 아끼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지주사가 계열사에 군림하는 옥상옥이 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라 회장이 지주사나 계열사의 경영일선에 직접 나서지 않고 신 사장에게 지주사 운영을 일임하다시피 하는 것도 탈권위 경영의 일환이다. 국내 금융지주사에서 대부분 회장들이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지주사장은 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처럼 탈권위적이고 슬림한 조직 구조 덕분에 신한지주는 올해의 유상증자 등 중요한 투자 판단을 발 빠르게 내릴 수 있었다는 게 지주 안팎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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