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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장 회장의 재기를 기대하며

‘不觀巨海, 何以知風波之患(큰 바다를 보지 않으면 어찌 풍파가 일어나는 무서운 환란을 알리요-공자).’ 최근 충격적인 뉴스를 접했다. 우리나라 ‘벤처 1세대’의 대표 주자이던 터보테크의 장흥순 사장이 ‘700억원 상당의 양도성예금증서(CD)를 분식회계 처리한 것에 대해 벌을 달게 받겠다’며 대표이사 직과 개인 지분 모두를 내놓고 백의종군한다는 소식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보유한 자산 매각, 종업원 급여 반납 등의 자구책을 내놓으며 금융권에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고 한다. 장 사장은 휴맥스의 변대규 사장과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사장 등과 함께 벤처기업의 선두주자로 지난 2000년부터 5년간 벤처기업협회장을 맡아서 벤처 살리기에 앞장서왔으며 경제가 어려웠던 기간에 벤처 부흥을 이끌어낸 주인공이었다. 장 사장은 20대의 나이에 국산 컴퓨터수치제어(CNC) 제조기술을 갖고 일본이 주도하던 시장에 도전했다. 일본에 겨우 1년 늦은 상태에서 국산화에 성공한 그는 제품설명회를 통해서 호평을 받고 일본에 역수출하는 기회를 잡았다.(일본은 제품들을 미국으로 다시 수출했다) 그러나 당시의 기술이 아직 성숙되지 않아서 제품에 대한 엄청난 항의가 빗발쳤다. 터보테크는 미국으로 건너가서 직접 제품 수리를 했고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가면서 완벽한 애프터서비스의 중요성을 배우게 됐다. 그 결과 회사의 신용은 오히려 올라갔다. 그 후 밀어닥친 97년의 외환위기도 어렵지만 슬기롭게 극복하고 그는 벤처의 우상으로 우뚝 섰다. “성공에서 중요한 것은 ‘나도 할 수 있는 것’을 준비하지 말고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준비해야 한다”며 늘 부지런히 움직이던 그이기에 우리에게 주는 충격은 더욱 크다. 늘 자신감이 넘치고 자립심이 강하며 벤처에 열정을 보여온 장흥순 사장. 우리는 유능한 벤처기업인의 재기를 기대한다. 진정한 프로는 위기에서 더욱 빛난다고 하지 않는가. 얼마 전에 들은 ‘물고기 사진을 찍는 사진사’의 이야기에서 진정한 프로의 자세를 찾아본다. 민물고기 연구로 평생을 바친 고(故) 최기철 서울대 교수는 한반도 이남 서식 물고기 150종과 한국 특산종 41종을 확인하고 서호납줄갱이ㆍ종어 등 2종이 사멸했음을 확인하는 등 물고기 연구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던 분이다. 그가 연구한 실적을 세계학회에 나가 발표하고자 해도 실증적인 자료(물고기 실물 사진)가 없어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몇 년 전 모 출판사에서 물고기 도감을 만들기 위해서 물고기 사진을 찍어야 할 텐데 찍어줄 사람이 없어서 고민을 하던 중 평소에 친분이 있던 분에게 부탁을 했다. 부탁을 받은 사진사는 시간을 달라면서 사진을 찍으려면 산에 들어가서 고기를 끊고 백일기도를 들여야 한다고 했다. 물고기들은 영특해서 자기를 잡아먹는 적군에게는 모습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사진사는 절에 들어가서 백일 동안 육식을 금하고 이후 된장과 빵만 싸들고 다녔다. 그러면서 물고기를 찾아 다니니 고기들이 무조건 나타나더라는 것이다. 물고기들이 이 사진사의 마음에 감복해 모습을 드러내고 기꺼이 친구가 되고자 찾아온 모양이다. 결국 이 사진사는 1년 동안에 그 많은 물고기의 사진을 다 찍었고 그 출판사는 성공적으로 도감을 완성했다. 기업인들도 이 물고기 사진을 찍는 사진사처럼 도인의 길을 걷는 것과 같은 철저한 준비, 숭고한 직업의식과 프로 정신을 갖는다면 세상의 어떠한 어려운 일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들녘에 피어 있는 아름다운 작은 들꽃도 지난 겨울의 혹독한 추위와 눈보라를 견뎌냈고 여름철의 뜨거운 태양과 모진 비바람을 다 겪지 않았나. 충북 괴산에서 태어난 장흥순 사장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객지에서 혼자 자취생활을 했다 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졸업한 후 주위에서 도와줄 사람도 없는 상태에서 회사를 설립했지만 연매출 1,000억원을 바라보는 중견기업으로 키웠다. 그 경험과 정신력이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재기 가능성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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