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의 제왕학 자오량 지음, 한스미디어 펴냄<br>'무소불위' 中 황제 6명 내면세계 분석<br>심리학적 근거 통해 역사의 이면 발견
진시황제가 천하를 통일한 지 8년째 되던 기원전 213년. 달과 해가 비추는 곳에 사는 모두가 그에게 무릎을 꿇었다. 나라의 기틀을 잡고 황제의 위엄을 세우기 위해 고심하던 시황제는 ‘옛 것을 스승 삼지않으면 나라가 오래가기 어려운 법’이라는 충신들의 말에 화가 치밀었다. 그는 당장 제자백가의 저서를 포함한 모든 저작물을 불태우게 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조상의 지식으로 당시를 비난했던 유생 460명을 교외로 끌고 가 산 채로 땅에 묻었다. 전대미문의 문화적 대란인 ‘분서갱유(焚書坑儒)’ 사건이다.
시황제의 광기어린 공포정치는 추한 외모로 태어나 사랑받지 못해 겪었던 극심한 우울증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다. 우울증 환자 특유의 행동특성에 미루어보면 열등의식을 극복하기 위해 실현하기 힘든 원대한 꿈을 세우고, 몸에 과부하가 걸릴 정도로 일하며, 목표 달성에 매진한다는 것. 이러한 성정은 시황제가 중국을 통일하는 에너지가 됐지만, 지나친 욕망 실현을 위해 피바람도 마다하지 않았던 폭군의 그림자로 그를 평생 따라다녔다. 불로장생에 집착했던 것도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한 의지였다는 해석이다. 진시황제는 초월할 수 없는 강대한 적 즉, 죽음에 도전하는 우울증 환자의 기본심리구조가 깔려있다고 저자는 분석했다.
중국 서안대학교 역사학과 교수인 저자가 심리역사학(psycho history)과 발견방법학(methodology of discovery)이라는 서구의 심리학적 연구방법론을 적용, 중국 역사인물과 역사 현상을 재해석했다.
책은 만인 위에 서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중국 황제 여섯명의 내면세계를 이같이 분석했다. ▦천하를 통일하고 만리장성을 세웠던 중국 첫 황제 진시황제(BC259~BC210)는 정서불안에 시달린 우울한 인격자였고 ▦한나라를 세운 고조 유방(BC247~BC195)은 사회친화력이 강한 인격이지만 언제나 남의 칭찬을 필요로 한 범부(凡夫)이며 ▦중국 유일의 여황제였던 무측천(624~705)은 음양의 반란을 꿈꿨던 성도착증 환자였고 ▦중국의 문화적 독창성과 창의성을 완성했던 명나라 초대황제 주원장(1328~1398)은 어린시절 슬픈 기억에 휘둘려 폭군이 됐다. ▦청나라 11대 황제 광서제(1871~1908)는 자아가 압제된 비정상적 인격자이며 ▦중국 마지막 황제 부의(1906~1967)는 격변의 시대에 자주성과 개성을 상실한 채 마약과 여자에 절어 살았던 나약한 인물로 등장한다.
이들은 우울하고 불행했던 어린시절을 보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괴기스러운 모습 때문에 외면 받았던 진시황제, 남성시대에 둘째딸로 태어나 버림받았던 무측천, 극심한 가난으로 마음까지 피폐했던 주원장 등 불안했던 성장기는 커서도 심리적인 결함으로 남았다. 이는 황제의 자리에 올라 격변의 상황에서 극도의 심리적 혼란을 겪으며 폭정 혹은 무기력 등으로 표출됐다.
저자는 황제의 삶이 곧 중국의 역사나 다름없었다고 보고 미화됐던 이들 행동을 심리학적으로 분석, 당시 시대상황을 다시 해석하고자 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인물에 대해 심리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논리적으로 짚어가는 책에서 독자는 역사의 새로운 이면을 발견하게 된다. 또 인격이 형성되는 어린시절의 정서가 행복한 인간이 되는 척도라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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