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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경협 새 틀 짜야 한다
입력2003-08-05 00:00:00
수정
2003.08.05 00:00:00
김영기 기자
(1)국민적 컨센서스를 모으자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은 우리에게 무거운 짐을 남긴 채 홀연히 떠났다. 그는 유서에서 “나의 유분을 금강산에 뿌려주기 바란다”며 대북 사업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의 죽음은 민족 교류사업이라는 명제에 따라 전략적 모델 없이 진행해왔던 남북 경협에 새로운 전기가 필요하다는, `당연하면서도 잊고 있던`사실을 일깨웠다.
남북 경협은 사실 지난 수년동안 민족 공조라는 정치적 관점에서 존재해 왔다. 그러다보니 투명성과 수익성이라는 경제의 기본 전제는 훼손됐고, 국민의 절실함도 희미해져 갔다.금강산 사업을 주도하는 현대아산은 만성적인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고, 급기야 남북 민간교류의 `코드 메이커` 역할을 했던 정 회장은 스스로 무거운 짐을 벗어던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대북사업의 영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틀을 마련하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무너진 국민적 컨센서스를 하루속히 되살리는데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한다고 입을 모은다. 조동호 KDI 북한경제팀장의 “모든 주체들이 중지를 모으는 작업이 선결돼야 한다”는 지적이 단적인 예다. 공승렬 통일연구원 선임 연구원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초기의 과도기적인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의 역할이 모호했던 점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국민의 통일된 의식 아래 남북경협 사업의 내용과 본질을 한 차원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점에서 정치권이 대북 사업의 존재의의에 대해 소모적 논쟁을 벌이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해서도 돌아볼 때가 됐다. 특히 정부가 지원을 통해 대북교류의 폭을 넗히려는 임시방편에서 벗어나 확실한 주도권을 쥐고 기업의 참여와 국민들의 자발성을 이끌어야 한다.
“대북경협은 우리의 문제를 우리 주체적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유일한 길이다.”이는 정몽헌 회장이 평소 입버릇처럼 달고 다녔던 말이다. 고인은 또 “북한이 핵을 포기토록 하는 것도 경협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도 했다. 옳은 말이다. 어차피 대북경협은 힘들고 험난하다고 해서 포기할 수 없는 길이다.
이제 정부ㆍ재계ㆍ국민, 그리고 정치권이 함께 대북경협의 새 길을 모색해야 할 때가 됐다. 사실 정몽헌 회장의 돌연한 죽음이 아니더라도 언제까지 현대아산에만 그 짐을 지울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이제까지의 희생에 대한 기득권은 인정돼야 하겠지만.
물론 지나친 조급증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조동호팀장은 “기업은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는데 정부와 정치권이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조급증에 휘말려 있다”고 지적했다.
대북경협에서 절실한 또 한가지가 `수익 모델`을 찾는 작업. 경협은 남북교역과 투자의 두 축으로 형성돼 왔다. 하지만 현실은 두 부분 모두 `경제적 냉정함`을 잃어버린 채 진행돼 왔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수익모델을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가능한 구체적 대안은 무엇일까. 당장 눈앞에 높여진 금강산 관광사업을 보자. 조동호팀장은 “국민적 컨센서스를 전제로 정부가 지원하는 수밖에 없다”며 “현대아산과 관광공사로 분할 운영중인 금강산 사업의 경우 두 회사를 흡수하는 형태의 새로운 회사(공기업)를 만드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적 합의만 확실하게 구축할 수 있다면 일각에서 거론중인 `재계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더 나아가 정부와 재계 국민 모두 긍정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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