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의 ‘후판 대란’이 연초부터 수입산 후판의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일부 중국산 후판의 경우 톤당 1,000달러를 웃돌고 있으며 최근 국내 조선업계와 가격협상에 들어간 일본 철강업계도 20%가 넘는 가격인상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조선업계는 협상력이 강화된 만큼 가격 절충이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심각한 수급난과 원자재가 인상 등을 감안할 때 예년을 웃도는 큰 폭의 후판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철강 및 조선업계에 따르면 일본 철강업체와 국내 조선사 간의 후판 가격 협상이 지난주 말부터 개시된 가운데 신일본제철 및 JFE 등은 오는 3월부터 9월까지 한국으로 수출할 조선용 후판 가격을 톤당 800달러선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분기 가격인 톤당 650달러선보다 무려 23%나 인상된 수준이다. 이와 관련, 대형 조선사의 한 관계자는 “일본 철강사들의 제시 가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예년 수준에 비해 인상폭이 큰 것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올해 조선용 후판의 가격 급등은 일찍부터 예견됐다. 국내 조선업계는 수주 호황으로 극심한 후판 부족에 시달려 지난해 422만톤(1~11월 기준, 일반용 포함)의 후판을 수입했고 올해도 488만톤을 해외로부터 들여와야 한다. 여기에 후판의 원소재인 철광석 가격도 대폭 오를 것으로 예상돼 일정 수준의 가격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미 중국산 후판의 경우 대부분 톤당 가격이 800달러를 웃돌고 있으며 일부 물량은 1,000달러까지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는 일단 예상을 뛰어넘는 일본 철강업계의 가격인상 제시에 당혹해 하면서도 가격협상력이 높아진 만큼 적정한 수준에서 가격을 절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특히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은 연간 구입하는 390만톤의 후판 중 90만톤가량을 일본에서 수입하는 ‘큰손’임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이번 협상결과에 따라 포스코ㆍ동국제강 등 국내 후판 메이커들도 가격인상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포스코는 이날 열연 및 일반용 후판 가격을 인상하면서 “조선용 후판의 경우 조선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인상을 보류했다”고 설명했으며 동국제강도 “현재로서는 후판 가격 인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포스코의 경우 조선용 후판의 톤당 가격이 66만5,000원, 동국제강은 72만5,000원으로 수입산과의 격차가 큰 상황인데다 원자재가 상승에 따른 영향을 감안할 때 수입산의 가격 추이를 지켜본 후 가격인상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철강업계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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