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떠난 자리, 기관이 메운다’ 올해 주식시장도 기관 주도 장세가 펼쳐질 전망이다. 지난해말 현재 외국인의 국내 시가총액 비중은 39.49%로 아시아지역 평균 30%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차익실현을 위한 매도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개인들의 간접상품 투자 증가에 힘입어 기관의 몸집이 커지면서 외국인의 매도공세를 충분히 막아내고 시장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도 주식시장의 수급여건 개선에 힘을 실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인상이 마무리되면 외국인이 순매수 돌아설 가능성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차익실현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국내 기관과 연기금 등이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투신 등 기관 영향력 갈수록 증대= 전문가들은 증시활황의 1등 공신인 기관들이 올해에도 순매수 확대를 이어가며 증시상승의 핵심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투신에 자금을 공급하는 개인들이 저금리 기조유지와 증시 활황 분위기 속에서 투자자산에 대한 비중을 꾸준히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형펀드 자금은 지난해 한해동안 18조원 늘어나 전체 25조원을 넘어섰다. 이 같은 자금유입에 힘입어 투신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9조4,623억원과 9,739억원 규모를 순매수했다. 올해에도 시중 자금의 증시유입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주가관리나 경영권 방어 차원의 기업 자사주 매입 확대, 보험사의 변액보험 판매강화 등도 기관 장세 강화의 한 축으로 꼽힌다. 기업과 보험사는 지난해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각각 3조6,000억원과 1조1,400억원을 순매수했다. 대우증권은 올해 주식형펀드와 혼합형펀드 등 간접투자시장에 19조5,000억원,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5조8,000억원,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5조원, 퇴직연금의 주식편입액 5,000억원 등 증시로 30조원 이상이 유입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펀드열풍으로 간접투자 계좌수가 1,000만개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며 “펀드시장의 성장은 지속적으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이 53%와 89%나 오른 상황에서 기관들의 차익실현 욕구가 강해지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투신권이 펀드만기 시점에 대규모로 차익실현에 나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기금 주식 직ㆍ간접 투자 확대=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1,800억원을 순매도 했던 연기금은 올해 순매수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의 경우 올해 위탁투자분 가운데 만기가 돌아오는 3조원을 포함, 총 5조원을 국내 증시에 투자할 계획이다. 국민연금은 또 증시 조정 등 투자확대의 필요성이 생길 경우 1조원을 추가로 주식에 투자할 계획이다. 그러나 연기금의 공격적인 투자확대는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보유주식 평가액이 20조원에 육박해 있고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도출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학연금이나 공무원연금 등도 올해 주식에 대한 직ㆍ간접 투자를 소폭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통신부와 노동부 등의 정부자금과 군인공제회 등 기타자금도 주식비중은 늘리되 시장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대처하기로 했다. 오성근 국민연금 운용본부장은 “연기금은 안정성과 수익성을 모두 추구해야 한다는 점에서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 매수를 강화하고 오르면 차익을 실현하는 전략을 펼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은 순매도 기조 유지할 듯= 외국인들은 올해도 차익실현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올 1분기 중 미국의 금리인상 종결을 전후해 이머징마켓에 대한 투자를 늘리게 되면 국내 증시에서도 매수세를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 또 상반기 주가가 한번쯤 조정을 받은 이후에는 자연스레 매수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003~2004년 10조원 넘게 순매수 한 후 지난해 3조229억원을 순매도했다. 이에 따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은 2004년 말 41.97%(173조원1,952억원)에서 작년 말 39.49%(258조6,907억원)로 2.48%포인트 떨어졌다. 외국인의 주식보유액은 늘었지만 코스피 시가총액이 2004년 말 412조5,881억원에서 작년 말 655조745억원으로 확대되면서 외국인의 비중이 40%이하로 낮아진 것이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외국인은 지난해 6,424억원의 순매수세를 기록했지만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말 15.42%(4조8,048억원)에서 작년 말 13.14%(9조3,213억원)로 감소했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금리인상 종결을 전후해 달러약세 국면이 펼쳐지면 외국인들이 이머징마켓에서 매수세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기관이 물량을 받아주고 있어 외국인들의 차익실현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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