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체감물가를 대표하는 쇠고기와 스타킹ㆍ치약 등 우리나라의 생활필수품 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터무니 없이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22일 한국경제연구원이 KOTRA와 함께 발표한 ‘한국의 물가구조 및 국내외 가격차이 해소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물가 수준은 전세계 조사대상 82개 도시 가운데 35위로 중간 수준이었지만 생필품 가격은 세계 도시 평균보다 월등히 높았다. 한경연은 특히 식료품과 의류ㆍ가사용품ㆍ연료ㆍ사교육 등 30개 품목이 생활물가 상승의 80% 이상을 주도하면서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낮은 서민층에 충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식료품 가운데 다른 도시들보다 현저하게 비싼 품목은 밀가루와 쇠고기ㆍ올리브유 등이었다. 달러 기준 밀가루의 국내 가격은 세계 도시 평균의 2.5배나 높았고 쇠고기(등심)는 4.2배, 올리브유는 2배에 달했다. 의류제품 중에서는 스타킹(세계 도시평균의 3배)과 와이셔츠(2.5배), 아동용 청바지(1.9배) 등이 비싼 편이었고 가사용품 가운데서는 치약(2.4배)과 칫솔(2.2배), 화장비누(2.5배), 화장지(2.7배) 등이 다른 도시보다 높았다. 골프장 그린피도 세계 도시 평균의 2.4배에 달했다. 과일 중에서는 사과와 오렌지ㆍ레몬ㆍ바나나 등의 가격이 높았다. 스타벅스 커피와 골프용품ㆍ자동차(렉서스ㆍBMW) 등 세계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 제품의 가격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가운데서는 높은 수준이었다. 반면 가격이 세계 도시보다 저렴한 품목은 정보통신 이용료 가운데 시내전화 요금과 국내 우편, 인터넷 가설비, 인터넷 사용료 등에 불과했다. 이인권 한경연 신임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물가수준은 그렇게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생필품의 가격이 높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소득수준이 낮은 서민계층의 삶에 더 큰 충격을 주고 있고 소비자가 체감하는 국내 물가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연은 국내외 가격차 해소와 물가 안정을 위해 ▦생필품에 대한 고관세율 구조 재점검 ▦노동생산성 증가 범위 내에서의 임금인상 ▦토지규제 및 수도권 규제완화 ▦유통비용 절감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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