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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2K소동 "컴퓨터업계 농간" 논란
입력2000-01-03 00:00:00
수정
2000.01.03 00:00:00
김호정 기자
「세기말의 대재앙」으로 여겨지던 컴퓨터 2000년 연도인식 오류(Y2K) 문제가 당초 예상과 달리 별다른 문제 없이 지나갔다. 이상 조짐이 보이지 않자 각국 정부와 금융기관 등은 지난해말 설치·운영했던 Y2K 비상센터를 속속 해산하거나 파견인력을 감축하는 등 정상근무 시스템을 회복하고 있다.미 백악관의 Y2K 비상대책위원회 존 코스키넨 위원장은 2일 기자회견을 갖고 『앞으로도 심각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Y2K로 인한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당초 예상보다 빠른 4일, 5일 경에 24시간 비상 감시체제를 해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자 지구적 재난이라며 지난 수년간 계속돼온 경고가 한낮 기우(杞憂)에 지나지 않았다며 Y2K에 대한 공포가 미국 컴퓨터업체들에 의해 과장돼 왔다는 비난이 제기됐다. 한편에서는 Y2K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철저한 준비로 문제의 소지를 완전히 해결한 데 따른 것이며 이 과정에서 정보화 마인드와 인프라가 크게 신장됐다는 옹호론도 나오고 있다.
Y2K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주장의 핵심은 문제해결을 위해 지난 수년간 세계적으로 최소 3,000억달러가 투자되는 등 막대한 돈이 결국 일부 컴퓨터업체들의 배만 불리는 데 쓰였다는 것. Y2K를 앞장서 경고하고 문제해결을 주도해온 것인 컨설팅업체들과 기업내 컴퓨터 담당부서였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Y2K 대비태세가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은 러시아의 핵무기나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전 등은 어떤 우려의 조짐도 없이 정상가동된 반면 완벽한 준비태세를 공언해온 일본의 원전제어시스템이나 미국의 정찰위성이 Y2K로 일시장애를 겪자 논란은 더욱 가열됐다.
컴퓨터 네트워크장비업체인 스리콤의 정보담당최고경영자(CIO)인 데이비드 스타는 『지난 몇년간 미국의 Y2K 해결비용은 정도가 지나친 측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미 정부와 기업에 Y2K에 대한 철저한 대응을 촉구해온 노스 텍사스대학의 리온 A. 캐펄먼 교수도 『돈을 낭비한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과다지출되거나 낭비된 요소가 있다』고 시인했다.
Y2K를 컴퓨터, 정보통신산업 발전의 계기로 인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들은 Y2K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컴퓨터 오류의 가능성을 깨닫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정보화 마인드가 크게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컴퓨터가 생활에 얼마나 깊숙이 파고들었는지를 누구나 인식할 수 있게 됐고 정보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과 준비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됐다는 것이다.
기업과 관공서 등의 노후설비가 교체되면서 정보통신 인프라가 비약적으로 확대된 것도 Y2K에 대한 준비과정에서 파생된 부산물이었다.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구형 컴퓨터 및 설비 등이 최신 제품에 자리를 내주게 되면서 당초 예상보다 빨리 정보사회로 진입하는 계기를 Y2K가 마련해 줬다는 평가다.
한편 정보통신전문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그룹은 Y2K 문제가 연초에 발생할 가능성은 당초 10% 정도에 불과했으며 아직도 문제는 잠복돼 있는 상태라고 발표했다. Y2K로 인한 혼란이 완전히 종식됐다고 선언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컴퓨터 하드웨어의 Y2K 문제는 대부분 해결됐을지라도 소프트웨어의 오작동은 해당 프로그램을 실행시켰을 때만 확인될 수 있으므로 연말휴가를 마치고 본격 근무에 들어가면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호정기자 GADGETY@SED.C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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