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사와 슈코의 제자인 다카오 신지는 두터움을 추구하는 바둑이다. 스승의 기풍을 그대로 닮았다. 린하이펑의 제자인 장쉬는 여간해서 무너지지 않는다. ‘이중허리’라는 별명을 지녔던 스승의 특질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백14에서 18까지는 다소 옹졸해 보이지만 지극히 두텁고 견실한 진행이다. 현지 검토실에서는 백14로 참고도1의 백1이 추천되고 있었다. “나도 그것을 예상했다. 그것이면 우상귀는 백9까지로 일단락이며 흑은 역시 10으로 두는 바둑이 될 것이다.”(장쉬) 복기 때 다카오는 백14로 참고도1처럼 두지 않은 이유를 묻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치받고 끊을 것 같아 내키지 않았다.” 이 말은 흑2로 A에 치받고 백이 3에 받을 때 B에 끊는 수를 말함이다. 하지만 장쉬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고 하니 다카오는 공연한 걱정을 한 셈이 되었다. 장쉬는 다카오의 백18이 의외였다고 했다. 그가 예측했던 수는 참고도2의 백1이었다. 그것이면 흑은 2로 하나 활용해 놓고 하변을 4로 두는 바둑이 된다. 백이 실전처럼 5에서 7로 두면 이제는 우변의 가치가 적어진 터이므로 8로 걸쳐가려고 했다는 장쉬의 얘기가 있었다. 장쉬가 흑23, 25로 우변을 두텁게 둔 것은 기회를 보아 우변 일대를 통째로 크게 키울 작정이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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