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가 ‘금수수’가 되고 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바이오 에탄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국제 옥수수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옥수수 수염차의 폭발적 인기로 인해 옥수수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옥수수 수염차를 제조ㆍ판매하는 음료업체들마다 물량 확보를 위한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1일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정부의 옥수수 수매분에 대한 공매 가격이 지난해 1kg당 460원에서 올해 1,450원으로 3배나 치솟았다. 지난해 700~800원대에 불과하던 시장가격 역시 최근 1,800원 선에서 거래될 만큼 거침없는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열린 옥수수 공매에서는 올해 정부 수매분 631톤 전량이 하루 만에 판매되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240명이 공매에 참가해 최종적으로 낙찰 받은 사람은 33명. 이마저도 과열 경쟁을 우려해 1인 당 최대 구매량을 20톤으로 제한했다. 유통공사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옥수수 공매에 구매자가 별로 없어 판매에 애를 먹었던 상황과 전혀 딴판”이라며 “옥수수가 이렇게 인기를 끈 것은 아마 올해가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옥수수 산지인 강원도 정선농협에도 옥수수 구매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 정선농협에 구매를 요청한 물량은 총 1,200톤 규모로 정선농협과 수매 계약을 마친 150개 재배농가의 생산량 400톤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옥수수가 이처럼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지난해 옥수수 주산지인 강원도가 수해로 생산량이 감소, 올해 정부 수매분이 예년보다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과 2006년 각각 2,100톤과 2,088톤이었던 정부 수매량이 올해는 631톤으로 급감했다. 당초 정부가 계획했던 수매량 2,000톤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여기에 옥수수 수염차 열풍으로 옥수수 수요가 늘어나자 일반 재배 농가들이 보다 높은 가격에 팔기 위해 정부수매에 참여하는 것을 기피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생산량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옥수수 재배농가들이 일반 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팔기 위해 수매 참여를 꺼리면서 공급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옥수수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옥수수 수염차 업체들도 원료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5월 한달 동안 1,200만병(340ml 페트병 기준)의 판매를 기록하며 옥수수 수염차 열풍을 이끌어온 광동제약은 지난 3월부터 국내산에서 중국산 옥수수로 원료를 교체했다. 지난해 180톤에 그쳤던 옥수수 사용량이 올해에는 이보다 9배 가량 늘어난 1,600톤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국내산 옥수수만 사용해 오던 엔돌핀 F&B 역시 물량 확보하기가 힘들어지자 티백 제품만 국내산을 사용하고 페트병 제품은 중국산 옥수수를 쓰기로 결정했다. 100% 국내산 옥수수를 사용하고 있는 웅진식품의 경우 7~8월 성수기에 대비해 옥수수를 보유한 중소 가공업체들과 접촉해 새로운 공급원을 추가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옥수수 수염차의 인기로 앞으로 수입산 옥수수가 국내산 부족분을 채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국제 시장에서도 옥수수가 폭등세를 보이고 있어 장기적으로 원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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