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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바둑영웅전] 만화책만 본 뤄시허

제8보(132~177)


뤄시허는 최후의 일각까지 전진했다. 포위망을 물어뜯기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여 싸웠다. 그러나 종반의 수순들은 사실상 무의미했다. 검토실의 모든 사람들은 그의 거대한 중앙 미생마가 이미 오래 전에 절명하여 회생불능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최철한의 응수는 철저하고 정확했다. 어느 컴퓨터보다도 정밀했다. 사이버오로의 해설을 맡았던 김만수5단은 종반에는 그냥 손을 놓고 있었다. 구태여 어떤 참고도를 제시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백의 절망이 깊었기 때문이었다. “술꾼이라던데 함께 마셔 봤나요?” 한창규기자가 김만수5단에게 묻는 말. “네. 몇번 어울려 봤습니다. 중국 기사들과는 이미 여러 해 전부터 교류전을 치르기 때문에 함께 회식을 하는 기회가 많았으니까요. 뤄시허는 웬만한 파티에는 트레이닝 차림으로 나왔고 거침없이 술을 마셨어요.” “버릇이 없다는 소문은 사실인가요?” “제가 보기엔 그렇지 않은 것 같았어요. 소문이 나돈 것은 작년에 서울에서 회식을 할 때 윤기현9단이 따라주는 술을 한손으로 받았다고 해서 나온 것인데 중국에서는 그게 별로 흉이 아닌가봐요. 그리고 뤄시허는 워낙 천재이니까 초등학교의 교과서가 무척 따분했던 모양이에요. 수업시간에 매일 만화책만 본다고 담임에게 꾸지람을 많이 받았대요. 그런 일들이 많다 보니 버릇이 없다는 얘기가 나온 것이고 그게 한국까지 전해진 것이지요.” 이 바둑은 최철한이 뤄시허를 완벽하게 제압한 한판이었다. 최철한은 이 판을 끝내고 속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천재라는 소문이 아깝군.’ 177수끝 흑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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