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계도 스토브리그에 접어들었다. 선수들은 소속 사와 계약을 하기도 하고 내년에는 몸 값을 더 높이기 위해 강도 높게 동계 훈련을 한다.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며, 또 신 병기를 개발하며 이 겨울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다. 이럴 때 더욱 궁금한 것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특색 있는 겨울을 보내고 있는 골프 계 이곳 저곳의 사람들을 인터뷰로 담아본다. 골프 전공자도 아니고 관련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김 헌(46ㆍ사진)씨에게 골프를 배우러 온다. 그는 최근 강남구 청담동에 ‘오가닉 골프(02-3444-3881)’라는 사무실을 차리고 ‘마음 골프’ 전파에 나선 사람이다. 학생운동을 하느라 무려 13학기 동안 대학생 신분이었고 인천에서 노동운동을 했으며 ‘조직의 자금책이 되기 위해’ 사업에 뛰어 들었다가 지난 99년경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시켜 꽤 큰 돈을 만졌던 이색 경력자다. 그가 골프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0년 인터넷 티칭 사이트인 ‘하우투(HowTo)골프’를 만들면서. “이제 재미있는 일 한번 해보자”며 연습장도 차려 새로운 교습 방식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2004년 초 망했다. “사업을 하며 지친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기 위해 계룡산 마음 수련원에 들어갔다”는 김 헌씨. 그는 “그 곳에서 관법 수련(觀法ㆍ지난 세월을 영상화해 되돌아보는 수련)으로 마음의 짐을 털어 버렸다”며 “이를 통해 골프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됐다”고 했다. 김헌씨는 수련원에 몇 차례 들락거리느라 한 달 동안 골프 클럽을 만져 보지도 못했는데 귀경한 바로 다음 날 동창 골프대회에 갔다가 1오버파로 우승을 했다고 한다. “그 전에도 6~7오버파 정도의 실력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저 상상 라운드를 몇 차례 했을 뿐인데 나도 놀랄 만큼 좋은 성적을 냈다”는 그는 “그 때 골프가 근육보다 마음의 운동이라는 것을 절감했다”고 회상했다. “마음을 어디에 두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말. 볼을 끝까지 보라고들 하지만 “볼에 마음을 빼앗기면 절대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볼은 골프 채가 그리는 스윙 궤도의 최저점 앞을 표시하는 것일 뿐이며 골퍼가 마음을 둬야 할 곳은 목표 점과 스윙 궤도”라는 것이다. 그는 “백 스윙, 코킹, 릴리스 등 스윙 메커니즘에 대한 생각은 스윙의 흐름을 끊어 놓기만 할 뿐”이라고 역설한다. “단어를 많이 알고 문법에 능숙하다고 영어를 잘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골프는 스윙 메커니즘에 집착하면 결코 정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골프를 전혀 몰랐을 때는 클럽을 휘둘러 곧잘 볼을 날리다가도 백스윙, 임팩트 등 이론을 조금 알면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의 이런 주장은 최근 펴낸 ‘내 안의 골프 본능’이라는 책에도 잘 녹아 있다. 김헌씨는 “메커니즘으로 익힌 골프는 대증적인 치료책을 내놓는 서양식이라면 마음으로 배우는 골프는 본질을 꿰뚫는 우리 식”이라며 “마음으로 골프를 익히는 다양한 방법을 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 한 명씩 모두 100명을 모아 ‘오가닉 골프 클럽’을 만들고 우리의 오랜 역사와 깊은 문화를 골프 속에 담아낼 예정”이라고 구체적 계획을 덧붙였다. 그는 “오가닉 골프 클럽 회원이 되면 각자의 전문 식견을 통해 골프를 새롭게 해석하고 마음 골프의 노하우를 함께 배우면서 골프 꿈나무를 후원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