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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민영화 속도 조절 필요하다
입력2003-12-22 00:00:00
수정
2003.12.22 00:00:00
노희영 기자
한국은행이 외국자본의 국내은행 지배를 경계하면서 은행 민영화의 속도 조절을 주장한 것은 현 시점에서 타당한 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외국자본의 은행 지배율이 아시아권 최고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그 비율이 더 늘어나게 된다면 금융시장의 안정성과 금융정책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재 한국 은행산업에 대한 외국자본의 지배율(총자산 기준)은 30%로,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2~19%에 비해 월등히 높다. 또 국내 은행권의 외국인 지분율(주식시장을 통한 간접투자 포함)은 38.6%로 최근 5년간 해마다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해외펀드가 주요주주인 외국계 은행들은 단기 수익성 위주로 경영하는 경향이 강하다. 개별적으로 볼 때 그 것이 문제될 것은 없으나 국가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기업대출 및 회사채매입 기피에 따른 투자부진과 금융시장의 왜곡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3대 외국계 은행의 총대출금 중 기업대출 비중은 9월말 현재 49.6%로 IMF 당시인 98년말 82.9%보다 무려 33.3% 포인트나 감소한 반면 가계대출은 10.4%에서 45.6%로 35.2% 포인트나 증가했다. 또 유가증권 운용면에서도 국공채와 통안채 등의 비중이 같은 기간 17.4%포인트 증가한 반면 회사채, 주식 등의 비중은 4.9%포인트 줄었다.
이 같은 실상을 감안할 때 정부는 한은이 권고한 대로 현재 추진중인 은행 민영화를 국내 금융자본의 성장정도를 봐가며 신중히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직 국내에서 `대항마` 형성이 안된 상황에서 공적자금 조기회수를 위해 민영화를 서두를 경우 또 다시 외국계 펀드의 손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외매각을 배제하라는 얘기는 아니며, 국제관행상 그렇게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다. 다만 시기를 조절해 경쟁여건이 확실하게 조성됐을 때 매각을 하라는 것이다.
정부는 대형 사모펀드 설립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키로 사실상 확정한 상태며, 이와 별도로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방지장치를 개편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이와 관련, 한은이 산업자본 보다는 기관투자가 중심의 금융자본을 바람직한 대안으로 제시한 것도 현실적으로 볼 때 올바른 지적으로 평가된다. 산업자본의 직접적인 금융지배는 논란이 많은 사안이어서 쉽사리 결론내기 어렵다. 따라서 은행 민영화를 마냥 미룰 수 없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사모주식펀드 설립 필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또한 시중 부동자금과 기업들의 여유자금을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도 그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정부는 펀드의 설립을 서두르고 요건도 대폭 완화해야 할 것이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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