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박홍진의 할리우드 21] <33> LA영화비평가협회 풍경

[박홍진의 할리우드 21]LA영화비평가협회 풍경 직업이 남의 것을 비평하는 것이어서인지 나의 LA영화비평가협회(LAFCA) 동료들 중에는 무뚝뚝한 얼굴이 상당히 많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1년에 한번씩 만면에 미소를 짓고 왁자지껄하면서 신이 난 아이들같이 시간을 보내는 날이 있다. 바로 LAFCA의 시상 만찬 날. 이날은 LAFCA가 선정한 베스트들에게 상패를 주는 날로 포도주를 겸한 저녁(돈 없는 기자들의 단체여서 음식맛은 형편없다)을 들면서 파티가 진행된다. 2000년 베스트를 위한 파티는 지난달 17일 웨스트 할리우드의 벨 아지 호텔서 열렸다. 대만영화 '와호장룡'이 작품상 등 4개 부문서 상을 휩쓴 만큼 유난히 아시안 손님들이 많았다. 칵테일 장에서 먼저 만난 사람이 '와호장룡'의 촬영감독 피터 파우. 큰 키에 구렛나룻을 해 자기가 찍은 영화 속 마적을 연상케 했다. 그러나 얘기를 나눠보니 후한 아저씨 같은 인상도 있어 즐거웠다. 그는 기술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촬영이었다고 말했는데 후에 수상소감서 "여러분이 영화에는 국경과 국적이 따로 없다는 것을 보여줘 고맙다"고 답했다. 나는 '와호장룡"으로 이날 작품상을 받으러 온 이안 감독(공동제작)과는 구면으로, 1977년 '아이스 스톰'을 놓고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때처럼 잔잔한 미소를 짓는 그에게 "당신을 만난 적이 있다"고 하니 "서울서 봤냐"고 엉뚱한 소리를 해 크게 웃기도 했다. 그는 다음 작품으로 먼저 뮤지컬 '세임 올드 송'을 찍고 이어 '인크레더블 헐크'를 만들 예정이라고 했다. 상을 받아 무척 기분이 좋은 듯 했다. 이날 최고의 빅스타는 최우수 주연여우로 뽑힌 줄리아 로버츠('에린 브로코비치'). 비평가들의 파티여서인지 이웃 시장에 가는 모습의 소박한 차림이었다. 깨끗하니 아름답고 영화에서보다 작았는데 입은 역시 컸다. 로버츠는 상을 받은 뒤 "나는 지금 12살짜리가 된 기분이며 겸손한 마음이다"면서 "여기 선 내가 바로 꾸밈없는 나 자신이며 지금 난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했다. 스타 티를 안내고 그 큰 입으로 활짝 웃는 모습이 매우 순진하고 솔직해 보였다. 나는 이날 로버츠를 보고 평소 그에 대한 인상을 완전히 바꾸게 됐다. 이날의 해프닝(?)은 마약 소지 혐으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참석. 촬영 스케줄로 못 나온 최우수 조연여우 프랜시스 맥도만(둘은 '원더 보이즈'에 공연) 대신 나온 것. 다우니가 단상에 오르자 환호성과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는데, 그는 "난 오늘 아무것도 못 받았으나 아까 사회자가 내 엉덩이를 만진 것에 감사한다"며 익살을 떨었다. 내가 이날 제일 보고팠던 배우는 '흡혈귀의 그림자'에서 진짜 흡혈귀 배우역을 해괴하게 해낸 최우수조연남우 윌렘 다포 였다. 그와 악수를 나눈 뒤 "당신 연기 좀 과장된 게 아니냐"고 묻자 "내 제스처는 대사를 대신한 것이며 나는 바로 작품 속 주인공과 하나가 되었기 때문에 결코 과장된게 아니다"고 진지하게 받아쳤다. 최우수외국어영화 '하나 그리고 둘'의 에드워드 양 감독은 키가 매우 컸다. 그는 "NBA(미프로농구)의 MVP상을 받은 샤킬(LA레이커스티의 센터)이 된 기분"이라고. '에린브로코비치'와 '트래픽'으로 최우수감독으로 선정된 안경 낀 물리선생 같은 분위기의 젊은 스티븐 소더버그는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내가 사랑하는 이 직업을 충실히 간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촬영으로 불참한 최우수남우 마이클 더글라스를 대신해선 그의 아내 캐서린 제타 존스가 나왔다. /한국일보 LA미주본사 편집위원ㆍ미 LA영화비평가협회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