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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의 고유한 부채 조형에 한국 시문학사의 대표작품에 깃든 전시회가 열린다. 부채와 부채그림의 문화상품화와 세계화를 꾀하며 지난 5년 동안 각종 전시회를 가져온 이일영 한국문화예술센터 관장이 기획한 ‘부채에 담은 한국의 명시전(名詩展)’이 7일부터 15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 분관 전관에서다. 나무의 생명의 의지를 노래한 정현종 시인의 시 ‘나무의 꿈’이 나뭇결에 배인 자연의 정신을 그려온 김덕용 씨의 부채그림으로 다시 탄생해 생명의 아름다운 울림을 전한다. 일랑 이종상 화백은 김후란 시인의 시 ‘독도는 깨어있다’를 그림으로 옮겼고, 한국화가 정종미 씨는 변영로의 시 ‘논개’에 푸르른 기개가 살아 숨쉬는 듯한 기운을 불어넣었다. 서양화가 한운성 씨는 유채로 정지용 시인의 '석류'를 캔버스 위로 옮겨 놓았으며, 원로 한국화가 이인실 씨는 이병기 시인의 ‘난초’를 통해 동양 선비정신의 고결한 향기를 되살리고 있다. 다양한 연령대의 화가 200여명이 177편의 시를 자신의 색깔과 회화적 감성으로 부채그림에 담아 우리문화의 독창성을 드러내는 전시회다. 이 관장은 “부채그림은 크기가 작아서 보기에 쉬워보여도 어지간한 구성력과 묘사력 담력이 필요하다. 부채그림을 작업한 작가를 섭외 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시 선정도 친일전력과 비판이 있는 작품들을 배제하는 작업을 거쳤다”고 말했다. 일부 부채 그림은 시상을 온전히 담아내기에는 다소 벅차 보이기도 하지만 시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 그림들은 명시의 감흥을 북돋워준다. 특별전으로 열리는 ‘짧은 삶을 시로 남긴 시인들’ 전에서는 민족의 저항시인 윤동주의 ‘참회록’을 그림으로 승화한 류하완 씨의 작품, 80년대 군사정권 당시 필화사건에 연루돼 모진 고문을 겪고 쓰러져간 박정만 시인의 ‘종시’를 형상화한 정선진씨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02)725-9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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