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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세계 최정상급 선수는 위기관리 능력이 남달랐다. 타이거 우즈(30ㆍ미국)는 두 차례 티샷을 나무 아래로 보내는 실수를 했지만 절묘한 ‘만회 샷’으로 타수를 잃지 않으며 보기 없는 깔끔한 경기를 펼쳤다. 장기인 아이언 샷이 다소 흔들린 비제이 싱(42ㆍ피지)은 그린을 놓친 홀이 8개나 됐지만 그 때마다 정교한 쇼트게임으로 7차례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세계랭킹 1, 2위 우즈와 싱은 돋보이는 경기 운영으로 첫날부터 나란히 공동선두에 나서며 양보 없는 우승경쟁을 예고했다. 19일 미국 오하이오주 애크런의 파이어스톤골프장(파70ㆍ7,230야드)에서 열린 총상금 750만달러 규모의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 NEC인비테이셔널 1라운드. 우즈와 싱은 똑같이 4언더파 66타를 쳐 유럽투어 멤버인 헨릭 스텐손(스웨덴)과 함께 순위표 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99년부터 2001년까지 이 대회를 3연패했던 우즈는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뽑아내며 4번째 우승을 향해 시동을 걸었다. 10번홀에서 출발, 전반에서 1타를 줄인 그는 1, 2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은 뒤 마지막 9번홀(파4)에서 5m짜리 버디 퍼트를 홀에 떨궜다. 특히 6번홀(파4)에서는 티샷이 페어웨이 왼쪽을 벗어나 나무 아래 떨어졌지만 낮은 탄도로 출발해 왼쪽으로 휘어지는 아이언 샷으로 그린에 올린 뒤 파로 마무리해 갈채를 받았다. WGC 시리즈 대회에서 아직 우승을 기록하지 못한 싱도 보기 1개와 버디 5개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드라이버 샷 거리에서는 평균 320.5야드로 339.5야드의 우즈에 뒤졌지만 정확도에서는 71.4%로 50%에 그친 우즈에 앞섰다. 전반을 버디 1개와 보기 1개로 마친 싱은 후반 들어 1~3번홀 연속 버디와 6번홀 버디로 기세를 올렸으나 8번홀(파4)에서 1.8m 버디 퍼트를 놓쳐 단독선두로 나설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PGA챔피언십 우승으로 세계랭킹 3위에 오르며 ‘빅3’ 구도를 새롭게 구축한 필 미켈슨(35ㆍ미국)은 1언더파 69타를 쳐 공동10위로 무난한 출발을 했다. PGA챔피언십 직후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의 집에 들렀다 다시 북동부의 대회장으로 이동한 미켈슨은 버디 3개와 보기 2개를 기록했다. PGA챔피언십 준우승자 데이비스 러브3세와 마스터스 준우승자 크리스 디마르코(이상 미국), 닉 도허티(영국)가 3언더파 67타로 공동4위에 포진했고 세르히오 가르시아와 스튜어트 애플비, 닉 오헌이 공동7위(2언더파)에 자리했다. 4년 연속 출전한 최경주(35ㆍ나이키골프)는 버디 6개, 보기 5개, 더블보기 1개로 1오버파 71타를 기록하며 공동23위로 대회를 시작했다. 한편 이날 우즈와 동반 플레이를 한 마크 케이요(남아공)는 대회 직전 왼손바닥에 화상을 입어 경기 중간중간 피가 배인 밴드를 다시 감기도 했으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71타로 마감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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