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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대벽혁/기고] '글로벌 금융'의 길
입력2001-08-01 00:00:00
수정
2001.08.01 00:00:00
최근 금융산업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금융규제 완화 조치들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금융산업의 집중화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본래 산업 집중도가 높아지면 경쟁시장보다 높은 가격과 낮은 수량 점에서 부분 균형이 형성되므로 경제 전체적으로 볼 때 비효율성이 발생한다.
은행 산업의 경우에 적용하여 이를 해석하면, 경쟁 하락은 은행 서비스 질의 하락,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나타나고 이는 정보가 비대칭적인 현실에서 은행이 불량 차입자와 거래하게 되는 역선택 현상과, 대출받은 기업이 위험한 분야에 손댈 유인이 높아지는 도덕적 해이 현상을 야기하므로 경제 전체적으로 채무 불이행 위험을 높이게 된다.
즉, 은행 경쟁의 감소는 은행 시스템 불안정성 증가와 경제성장의 저해 요인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규제 완화에 기인하여 나타나고 있는 최근의 은행 및 금융기업의 대형화, 또는 집중화 현상이 곧 금융산업구조의 독과점화, 또는 경쟁완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금융산업의 집중화는 경쟁의 결과일 뿐 금융시스템 불안정의 원인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대형 은행, 또는 대형 금융기업 출현의 원인을 규모의 경제 및 범위의 경제에서 찾고 있다.
은행의 입장에서는 은행간 합병을 통해 중복적인 점포와 인력을 줄임으로써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 은행이 보험업 등을 겸업함으로써 보험상품 판매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고, 교차판매를 통해 신규 수요를 창출할 수도 있다. 증권 중개업과 인수업무를 담당하는 증권업을 겸업함으로써 은행대출의 위험을 분산시킬 수도 있다.
게다가 금융산업 규제완화, 전자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금융산업의 진입장벽이 현저히 낮아지면서 금융산업은 경쟁가능시장 형태로 재편되고 있다.
이제 비은행부문도 인터넷을 통해 은행을 설립하고, 전자수표 발행, 통합계정 서비스 등 고객들에게 여러 가지 맞춤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인터넷 포탈 사이트를 통한 통합적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어 상대적으로 조직이 유연하고 IT 기술이 앞선 비은행 부문이 은행에 비해 유리한 점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기술발달에 따라 경쟁여건은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금융시스템 불안정성의 근본적 원인은 금융의 집중화가 아니라 실질적인 경쟁을 저해하는 정부의 지나친 규제와 간섭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금융산업의 위기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일본,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의 경우 오랫동안 정부규제가 심하고 금융자유화의 정도가 낮아 금융기관간 실질적인 경쟁이 어려웠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지나친 정부간섭은 금융기관간 경쟁을 어렵게 하고 역선택 및 도덕적 해이를 심화시켜 금융기관의 자금중개기능을 점차적으로 약화시키므로 채무 불이행 위험 등 전반적인 부실채권 누적의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금융혁신은 금융 소비자들의 편익을 증가시키고 궁극적으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유효한 수단이다.
그리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금융산업구조의 커다란 변화는 규제완화에 의해 소비자 지향적인 금융혁신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보통신기술 발달에 힘입어 그 정도가 점차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현상이라 할 수 있겠다.
다만, 이러한 금융혁신은 형식적인 규제완화 뿐 아니라 시장 자율성을 고도로 확보할 수 있는 공식적ㆍ비공식적 장치가 마련되고 이것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정부가 관행상, 또는 정치적 목적으로 빈번하게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여건이 사라지지 않는 한 시장 참여자들은 여전히 경쟁이익보다는 명시적이건 암묵적이건 지대추구행위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공급자들이 소비자 지향적인 혁신을 취할 인센티브는 현저히 감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랜 정부 개입의 부작용으로부터 아직까지도 자유롭지 못한 우리는 특히 이러한 점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최흥식<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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