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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밝힌 '도청자료 압수' 발표 지연 이유

"발표시 관련자 도망갈 걸 우려해 발표 늦췄다"

검찰이 안기부 전 `미림' 팀장 공운영(58)씨 집에서 테이프 274개와 녹취보고서 13권을 압수한 시점은 27일 오후 6시, 하지만 검찰이 이같은 내용을 언론에 발표한 시점은 29일 오후 4시 20분. 일부 언론 등에서 `검찰이 시간을 벌어 검찰에 불리한 내용을 선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검찰은 1일 46시간의 급박했던 수사진행 과정을 공개하며 의혹불식에 나섰다. 검찰에 따르면 26일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27일 법원에 공운영씨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 이날 오후 4시께 영장을 발부받았고 곧바로 분당에 있는 공씨 자택에 수사관 5명을 급파했다. 오후 5시 20분께 공씨 자택에 도착한 수사관들은 30여분만에 압수수색을 끝내고테이프 274개와 녹취보고서 13권, 컴퓨터 본체 1대를 싣고 떠났고 검찰청사에 오후7시께 도착했다. 검찰은 이날 밤 극도로 제한된 소수 인원에게 밤 늦게까지 작업을 벌여 테이프와 3천여 페이지 분량의 녹취보고서 내용을 개략적으로 확인하도록 했다. 다음 날인 28일 재미교포 박인회(58)씨 친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서발부받은 검찰은 그날 오후 압수수색을 실시, 기존 언론보도 내용과 유사한 내용이담긴 녹취보고서 3권을 찾아냈다. 계속해서 민감한 자료들이 발견되자 검찰은 28일 오후 국정원 관련자 5∼6명에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는 한편 박씨와 공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이날은 국정원 전 감찰실장 이건모(60)씨가 연합뉴스를 통해 "공씨로부터 테이프 200여개를 전량 회수해 폐기했다"고 밝힌 시점이었지만 이미 검찰 손에는 `제2의도청 테이프'가 압수돼있던 상황. 이씨가 `세상에 공개된다면 상상을 초월한 대혼란이 야기될 핵폭탄'이라고 표현한 도청 테이프가 완전 폐기되지 않고 남아있을지는 확언할 수 없다는 이씨의 우려가 현실화돼있던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수사보안도 중요하지만 혹시라도 나중에 검찰이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언론을 통해 국민에 수사진행 상황을 알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내부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7일 압수한 테이프들을 보고 깜짝 놀랐지만 발표부터 하면 관련자들이 도망할 수도 있다고 판단해 일단 출금조치와 영장청구 조치를 취한 뒤 언론에는 나중에 발표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는 "검찰이 불리한 내용을 빼돌린 게 아니냐는 질문은 검찰에 대한 모욕"이라며 "공씨 가족에게도 `테이프 274개 압수'라고 분명히 써주고 왔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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