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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부동산시장 거품붕괴 경고
입력2003-05-30 00:00:00
수정
2003.05.30 00:00:00
윤혜경 기자
`부동산 불패(不敗)`
90년대 말 증시 거품이 꺼진 이후 일본을 제외한 거의 전세계 부동산 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보이면서 금과옥조처럼 여겨온 말이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가 임박했다는 경고가 잇따라 제기되는 등 이 같은 `부동산 불패`론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특히 지난 몇 년간 침체 양상을 보인 전세계 경제를 거의 유일하게 지탱해준 분야가 부동산이라는 점에서 이 시장마저 꺼질 경우 그 파장은 증시 거품 붕괴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라고 영국 경제전문 이코노미스트지 최신호는 지적했다.
◇`이상 과열`보여 온 부동산=지난 90년대 중반 이후 호주, 영국, 아일랜드, 네덜란드, 스페인 등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50%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낮은 물가 상승률을 감안할 때 실질적인 가격 상승폭은 역대 최고 수준. 이 기간동안 대부분의 나라에서 주식시장이 폭락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 예로 영국의 경우 최근 3년간 집값이 55%나 뛴 반면 주가는 40%나 떨어졌다.미국 역시 지난해 주택가격이 7.0%상승, 5년래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부동산 투자의 경우 대부분이 담보 대출을 쓰기 때문에 실질적인 투자액 대비 수익률은 주식과 채권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같은 부동산의 호황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이코노미스트지는 실적 개선이 뒷받침되지 못한 주가가 나락으로 떨어졌듯 실질적인 수요가 따라주지 않는 부동산 시장도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최근 각 나라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실질적인 경제 펀더멘털 요인때문이 아니라 향후에도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낳은 `이상 과열(irrational exuberance)` 현상이라는 것.
잡지는 중요한 근거로 최근 많은 나라에서 부동산 매매 가격 상승률이 임대 가격 상승률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 부동산 시장 호황이 여유자금이 아닌 빚으로 지은 `사상 누각`이라는 점에서 조그만 `파도(악재)`에도 쉽게 부서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부동산 거품 붕괴 파장, 증시의 두배= 부동산 시장이 각 나라 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에 완만한 하락에도 세계 경제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이 선진국 경제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5%에 이른다. 또 특정계층뿐 아니라 많은 일반 서민들도 집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집값 하락은 전반적인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최근 집을 사는데 들어간 돈의 80% 이상이 대출자금인 것으로 집계돼 집값이 하락할 경우 서민들은 원금은 커녕 빚에 대한 이자를 갚기도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 이는 또 다시 은행들의 부실채권 확대로 이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와 관련, 국제통화기금(IMF)는 최근 내놓은 국제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전세계 부동산 시장의 가파른 상승은 거품 붕괴직전의 주식 시장 붐과 유사하다며 거품이 꺼질 경우 증시보다 두배나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우존스 통신 역시 최근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닷컴 붕괴로 수십조 달러의 자금이 허공으로 사라진 이후 다음 차례는 주택시장 거품”이라고 주장했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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