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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폐업 더는 못참아"
입력2000-08-13 00:00:00
수정
2000.08.13 00:00:00
김정곤 기자
"의료폐업 더는 못참아"범국민회의 정부·의협등 상대 손배소 준비
재취업 건강검진 거부당한 50대 병원 방화
네티즌 의협 홈페이지 해킹 환자볼모 비난
의료계의 폐업을 더이상 참지못한 시민들의 분노가 끝내 폭발하고 말았다.
시민단체들이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시민의 힘을 모아 대응하기로 한 가운데 재취업을 위해 건강검진을 받으려던 50대선원이 병원마다 문전박대당하자 결국 병원에 불을 지르려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의사협회의 인터넷 홈페이지도 집단폐업에 항의하는 해커에게 해킹당했다.
의료계의 재폐업 사흘째인 13일 전국의 병·의원은 휴일인 관계로 평일보다 환자가 적었지만 월요일인 14일에도 폐업이 종식되지 않을 경우 시민들의 실력행사는 더욱 강도를 높여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5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의약분업 정착을 위한 시민운동본부」와 한국노총·민주노총 등 노동단체들은 지난 12일 서울 중구 정동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건강권 수호와 의료계 폐업철회를 위한 범국민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를 발족시키고 범국민운동의 개시를 선언했다.
대책회의는 『정부의 무능 및 법과 질서를 유린하는 의료계의 무책임한 이기적행위는 국민이 인내하고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섰다』면서 의료계의 집단폐업에 따른 물질적·정신적 피해에 대해 정부와 의협, 각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기로 하고 원고인단 모집에 들어갔다.
또 의료계 폐업철회를 위한 시민행동 요령으로 각 상점 및 택시, 버스 등에 폐업철회 촉구 스티커 및 안내문 부착 각 건물에 폐업철회 촉구 현수막 게재 매일 낮12시 의료계를 향한 자동차 경적울리기 의협과 의쟁투에 항의전화, 항의팩스, 항의우편 보내기 지역시민항의단을 조직해 폐업 병·의원 및 시도의사회 항의방문하기 등을 제시했다.
의약분업정착을 위한 시민운동본부 이강원 사무국장은 『이제 의사들의 행동은합리적인 이성에 호소해 협상과 대화로 해결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면서 『조직적·지속적인 범국민운동을 전개해 시민의 힘으로 의료계의 불법행동을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재취업을 위해 건강검진을 받으려 했던 50대 선원이 의료계 집단폐업으로 병원마다 거부당하자 홧김에 병원 응급실에 불을 지르려한 사건이 발생했다.
12일 오후 5시10분께 부산시 서구 토성동 부산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건강검진을 요구하던 추모(51·부산시 영도구 신선동2가)씨가 응급실 바닥에 시너 1ℓ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
이 과정에서 제지하던 병원 경비용역업체 직원 김모(22)씨의 옷에 불이 붙어 김씨가 팔에 2도 화상을 입었고 환자들이 놀라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 선원으로 일하다 최근 하선한 추씨는 재취업을 위해 11일부터 병원 3곳을 찾았으나 모두 폐업을 이유로 건강검진을 해주지 않아 이날 시너를 준비해 부산대병원에서 건간검진을 받게 해 줄 것을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이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조사에서 밝혀졌다.
네티즌들도 행동에 들어갔다. 13일 새벽 0시께 의사협회 홈페이지 초기화면은 「RED CLUB」이라는 필명을 사용한 익명의 해커가 올려놓은 「호소문」 화면으로 바뀌어 이날 오전 9시 현재까지 복구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RED CLUB」이라고 서명한 이 해커는 『당신들이 정말 인간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당신들은 아파서 시름하는 국민들을 외면한채 「돈」이라는 물질적 이기주의에 휩싸여 국민들을 희롱하고 있다』며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폐업투쟁을 벌이고 있는 의사들을 정면으로 비난했다.
김정곤기자MCKIDS@SED.CO.KR
입력시간 2000/08/1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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