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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충돌의 부활

성탄절이 다가왔다. 그러나 예전과 같은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불안한 구석이 많다. 이라크에서는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생포에도 불구하고 무장세력의 저항이 지속되고 있으며, 알-카에다 등 테러리스트에 의한 연말연시 테러 가능성 역시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국내 테러 경보를 한 단계 상향 조정한 상태다. 일부에서는 리비아가 대량살상무기(WMD) 포기를 전격 선언하면서 이란과 시리아 역시 여기에 동참할 것으로 보는 등 미국과 중동 반미 국가들의 대립이 한 풀 꺾일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전은 미국에 의한 `신(新) 십자군 전쟁`이라는 오사마 빈 라덴의 언급에서 보듯 냉전시대 이후 세계는 문명 충돌의 새로운 늪에 빠져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문명간 충돌은 근본적인 정체성의 문제를 건드리기 때문에 심한 폭력과 유혈사태를 동반할 수 밖에 없다. 특히 미국을 축으로 한 서구와 아랍권은 크리스트교와 이슬람교라는 종교가 문명을 규정하는 핵심적 특성으로 자리잡고 있어 절충과 타협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종교, 그 중에서도 일신교를 배경으로 하는 종교는 세계를 우리와 그들이라는 이원적 구도로 파악하며,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제로섬 게임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냉전시대 이후 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서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됐다. 리비아가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는 등 꼬리를 내린 것 역시 힘의 불균형에 대한 위기의식 때문일 뿐 지나간 역사는 좀처럼 두 문명간 화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증명한다. 실제 미국 등 서구는 민주주의가 중요하다면서도 그것이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집권을 돕는 결과가 되면 반민주적 독재자의 손을 들어 주었고, 이란과 이라크에게는 군축을 강요하면서도 이스라엘은 방치하는 등 이중잣대와 위선으로 점철해 왔다. 반면 아랍권은 위기상황이 벌어졌을 때 폭력에 의존하는 성향이 남달리 높다. 지난 20세기에 표출된 자유 민주주의와 마르크스-레닌주의의 갈등은 1,400여년에 걸쳐 형성된 크리스트교와 이슬람교 사이의 지속적이고 뿌리깊은 충돌에 비하면 일시적 역사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후세인 체포와 이에 따른 보복 차원의 테러 위협 등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오는 것은 이것이 한동안 판도라 상자에 갇혀 있던 문명 충돌의 역사를 본격 부활시키는 서곡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구영 국제부 차장 gy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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