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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전쟁 장기화 우려
입력2003-09-29 00:00:00
수정
2003.09.29 00:00:00
이병관 기자
G-7(선진 7개국) 공동 성명을 계기로 최고조에 달했던 국제사회의 대(對) 중국 위앤화 절상압력 연합 전선이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위앤화를 둘러싼 국제 환율 전쟁은 보다 복잡한 양상의 장기전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G-7 선진국들이 그 동안의 공조 체제에서 벗어나 미국의 강력한 대 중국 드라이브에서 이탈하고 있는 데다 환율 압력의 주 타깃인 아시아권도강한 저항감을 표시하고 있다. 먼저 일본의 다니가키 신임 재무성 장관은 지난 주 아사히 TV 토크 쇼에 출연, 아시아국의 외환시장 개입과 관련 “한 국가의 통화 시장 개입 권리는 국제적으로 인정된 것”이라고 밝혀 미국 주도의 국제 외환 시장 간섭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했다.
미국이 G-7 재무장관 공동 성명을 빌어 아시아 각국에 통화 평가 절상 압력을 가하고 있지만 여타 아시아 국가들도 대부분 이를 점차 무시하고 있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대 중국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데다 중국이 적극적으로 이들 권역과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추진하고 있어 위앤화 문제로 중국의 심기를 건드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은 29일 한국 정부의 경우 달러 대비 원화 가치의 인위적인 상승은 부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외환시장에서 환율 안정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과 함께 G-7 성명의 한 축을 담당했던 EU의 상당수 고위 관리들은 오히려 중국이 위앤화를 평가 절상해 국제 자본의 탈 미국화가 가속화할 경우, 달러 급락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 혼란이 올 수 있다며 위앤화 절상에 반대 입장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의 목소리도 높다. 일본 EU는 물론 특히 중국에 진출했거나 신규 진입 및 투자 확대를 계획하고 있는 미 다국적 기업들의 경우 미 행정부의 `중국 때리기`에 못마땅해 하고 있어 미국 내부에서도 점차 균열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텔 포드 등 미국 출신 다국적기업들은 중국 현지에 많게는 수백억달러를 투자하고 있어 미ㆍ중 관계 악화로 시장 규제 강화나 개방 추세가 주춤해질 경우 손실 악화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한편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 내년 대선의 최대 쟁점이 되고 있는 일자리 해결을 위해 대 중국 압박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는 현재 섬유 등 중국 저가 수입품의 급증으로 미 전통 제조업체가 무너지며 역대 대통령 사상 최고치인 270만명의 일자리를 잃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이에 대해 어떻게든 중국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결국 환율 갈등과 관련, 미 대선이 치러지는 내년 말까지 `정치적`목적을 위해 중국 등 아시아권 겨냥하는 부시 행정부와 이에 대해 저항감을 표시하는 여타 국제사회간 지리한 갈등 국면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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