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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정책 '표류'

3주택 중과세등 黨·政·靑 사사건건 충돌…컨트롤타워 없어 시장혼란 가중<br>"여론에 떠밀리고 정치논리에 변질" 車특소세 인하 번복…업계 판촉전 물거품

서울 목동에 살고 있는 김모(53)씨는 올들어 세 차례나 아파트를 부동산중개업소에 내놓았다 거둬들였다. ‘1가구3주택 보유자’인 그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양도소득세 중과(60%)와 종합부동산세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도 헷갈리고 있다. 정부와 청와대ㆍ열린우리당까지 ‘3인3색’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달라지는 정책으로 재산관리에 손을 놓아야 할 상황이다. 상류층임에도 불구하고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그의 부인이 백화점에서 쓴 이달 생활비는 근처 슈퍼마켓에서 쓴 돈에도 못 미쳤다. 부동산 세제(보유세ㆍ거래세)와 특별소비세, 자동차 관련 세제 등 국민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각종 세제 정책이 정치권과 부처간 논리에 떠밀려 일관성을 상실한 채 국민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정책의 컨트롤타워 부재’라는 비판의 중심에 조세정책이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수출을 대신해 내수경기 부양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정책이 이처럼 표류하면서 정부 스스로 민간 소비를 옥죄고 있다. 지난해 ‘10ㆍ29대책’의 핵심이었던 1가구3주택 양도소득세 중과 방침은 재정경제부와 정치권ㆍ청와대간 충돌이 이어지면서 다섯 차례나 정책의 골간이 흔들렸다. 특히 최근에는 최고 상층부인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이 ‘중과유예 검토’와 ‘강행’ 사이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촌극을 빚었다. “종합부동산세 대상자들에게 퇴로를 열어주겠다”는 이 부총리의 발언과 “국민이 정부 말을 믿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임을 알아야 한다”는 이 위원장의 견해가 정책시행을 불과 한달여 앞둔 상황에서까지 엇갈리고 있다. 이에 따라 118만여가구에 이르는 다주택 보유자들 중 내년 중과세를 우려해 주택을 팔아버린 이들은 큰 손해를 보는 한편 급매물로 집을 내놓았던 고객이 다시 매물을 거둬들이는 혼선 속에서 가뜩이나 얼어붙은 부동산시장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승합차 세금인상·보유세제 개편도 오락가락 "혼란 지속땐 내년 민간소비 4%도 요원" 지적 자동차특별소비세도 세제정책에 대한 불신감을 키우고 있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연말로 끝나는 자동차특소세 인하시기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재경부 세제실 당국자가 "특소세 인하연장은 없다"고 단언하던 모습이 불과 일주일도 안돼 달라지는 순간이었다. 정부는 3월24일부터 올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배기량 2,000㏄ 이하 자동차 4% ▦2,000㏄ 초과 8% 등으로 특소세를 인하했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가뜩이나 소비침체로 허덕이고 있던 자동차업계는 물론 신차 소비자들에게 직격탄을 가했다는 사실이다. 자동차업계는 이달 들어 "내년부터 특소세가 환원되면 차 값이 크게 상승할 것"이라며 대대적인 판촉행사에 나섰다. 현대ㆍ기아ㆍGM대우 등은 이달 일평균 계약이 전월보다 15.3%에서 최고 35.6%씩 증가하는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현대차 대리점의 한 딜러는 "2,000㏄ 대형차를 사려던 고객이 부총리 발언 직후 계약을 취소하는 등 심혈을 기울인 판촉전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상황"이라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 같은 혼란은 특소세 인하연장 여부가 결정될 오는 12월 중순까지는 계속될 듯하다. 자동차특소세의 인하연장 여부가 갈피를 못 잡으면서 이와 맞물린 여타 제품들의 특소세 인하연장 여부도 불투명하게 됐다. 자동차특소세 인하를 연장할 경우 보석과 귀금속ㆍ고급가구ㆍ향수류 등 9월 특소세 폐지대상에서 제외됐던 제품들의 세금은 어떻게 할 것인지가 상류층의 관심사로 부상한 것이다. 이들 품목은 폐지논의 당시 혼수시즌 등을 맞아 특수가 기대됐으나 정치권과의 논의과정에서 '폐지→폐지철회'로 뒤바뀌며 소비자들을 혼란하게 한 바 있다. 정부와 청와대, 정치권간의 혼선이 거듭되면서 세제정책에 대한 예측능력도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여론에까지 떠밀리면서 예측하기 힘든 세제정책들이 연속되고 있다. 내년 실시 예정인 7~10인승 승합차에 대한 세금인상계획에 대해 행정자치부가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나선 것이 대표적 사례다. 현재 7∼10인승 자동차는 승합차로 분류돼 자동차세가 일괄적으로 연간 6만5,000원만 부과됐으나 2000년 세법 개정에 따라 내년 6월부터는 승용차처럼 배기량에 따라 세금이 매겨진다. 이에 따라 현재 2,900㏄급 차량의 경우 올해 6만5,000원에서 내년에는 5배가 넘는 33만7,100원, 2007년에는 현재 세금의 무려 12배에 달하는 70만8,130원을 내야 한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올 하반기 들어 대형 승합차 구입을 꺼려왔다. 그러나 행자부는 11월 들어 세부담 급증을 우려해 완화책을 내놓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특소세 환원이나 자동차세 인상을 고려한 소비자들로서는 정책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면서 언제, 어떤 차량을 구입해야 할지 헷갈리는 실정이다. 1년이 넘는 조율 끝에 나온 부동산보유세제 개편안도 정책의 일관성을 잃어가고 있다. 세제실 등 주무당국은 "동일한 재산가액임에도 고급주택 한 채를 가진 사람과 저가주택 여러 채를 보유한 사람의 세부담이 차이가 크다"며 '인별 합산과세'를 원칙으로 천명했었다. 하지만 당국은 합산과세가 힘들다는 이유로 이 원칙을 포기하고 현행대로 개별과세를 시행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조세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 같은 혼선들이 정책추진 과정에서의 '기술적 착오'가 아닌 정책 결정권자들의 갈등과 임기응변식 대응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A그룹 산하 연구소의 한 선임연구위원은 "경기부양을 위해 올인해도 모자랄 판에 부양의 핵심도구인 세제정책이 상층부에서조차 조율을 못한 채 혼란을 계속하는 상황"이라고 규정하고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정부가 내년에 목표로 하는 민간소비 4% 성장률 달성은 요원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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