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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경제중심국 과제
입력2003-02-13 00:00:00
수정
2003.02.13 00:00:00
최근에 신문의 경제면에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 중의 하나는 `동북아 경제중심`이라는 단어일 것이다. 이는 새정부의 10대 국정과제 중의 하나로 앞으로 5년 간 정부 경제정책 방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보도를 보면 동북아 경제중심의 개념이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 그 동안 현정부가 동북아 경제중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동북아물류화기획단」,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발전기획단」등을 구성하여 많은 토의를 하여온 포괄적인 정책에서 IT중심국가의 정책으로 전환되는 것 같다.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의 여러 가지 추진과제 중에서 중점과제를 선정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비전과 실현 가능성일 것이다. 이미 모든 검토된 과제들이 우리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과제이므로 비전의 관점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된다. 모든 과제를 다 같이 추진하는 것이 좋겠지만, 전부를 다하려다가 모두를 놓치는 일이 많이 있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러한 과제 중에서 실현 가능한, 즉 우리가 잘하고 있는 또는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투자를 해야한다. 이러한 개념에서 인수위원회에서는 현재 우리나라가 세계 정상 수준에 있는 IT산업의 중심지화를 선택한 것 같다. 이러한 생각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IT중심지화만으로는 우리나라가 동북아의 경제중심국가로 나아가는 데는 그 범위가 너무 좁다. 우리의 입지적 조건 및 우리가 경쟁력 있는 분야를 고려할 때 우리가 동시에 지향해야할 방향은 물류중심지화라고 판단된다. 특히 물류산업은 그 성격상 모든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경제중심국가의 개념에도 잘 맞는 분야이다. 많은 물류산업의 영역 중에서도 가장 부가가치가 크고 경쟁력이 큰 분야는 컨테이너 항만서비스 분야일 것이다.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의 산업구조와 세계의 공장인 중국을 이웃으로 하고 있는 좋은 지정학적인 우리나라의 위치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물류중심지화는 어느 분야보다도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물류중심의 개념에 있어서는 상당한 분야에 와 있다. 부산항은 세계 3위의 컨테이너항만으로 세계 해운업계에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부산항에서 처리되는 컨테이너 중 41%는 우리나라와는 관계없는 중국과 일본에서 미국이나 유럽에 수출입하는 환적컨테이너로 부산항을 배를 바꾸어 타는 정거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는 마치 마을버스와 시내버스와의 관계와 같이 단거리는 작은 선박을 이용하여 중심항만까지 수송하고 다시 대형선박을 이용하여 장거리를 수송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전체적인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거장역할을 하면 하나의 컨테이너 처리하는 데 220달러의 수입을 올릴 수 있어 작년에는 환적컨테이너의 처리로 5,400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었다. 중심항만이 되면 입지가 좋아져 다국적기업의 지역물류센터가 입주하고 주변국가에서 중간재를 수입하여 가공 후 재수출하는 등 항만의 수입보다 더 큰 부가가치를 얻게된다. 마치 버스정거장 역세권의 이점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이러한 정거장의 역할을 계속하여 하려면 많은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 해운업은 어느 산업보다도 국제화되어 있고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면 환적컨테이너를 처리하는 중심항만을 바꾼다. 중심항만의 결정은 대형선사에 의해서 주로 결정되는 데 철저하게 상업적인 기준에 의해서 정해지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고베 등 대형일본항만을 제치고 일본 환적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일본의 항만보다 가격 및 위치 등에서 경쟁력이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주변에는 고베, 카오슝, 상해등 많은 대형항만이 위치하여 있기 때문에 우리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주변국가의 환적화물을 이들에게 빼앗길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가 중심항만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하여는 조속한 항만시설의 투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는 컨테이너 해운의 속성상 중심항만에서 제외되면 다시 중심항만의 지위를 찾기에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 동안 항만물동량의 변화를 살펴보면 대형항만일수록 성장세가 더욱 빨라진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항만의 대형화와 선점화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그 동안 항만의 재정 투자는 다른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비하여 그 비중이 낮았다. 항만에 대한 투자는 우리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지역에서 우리의 생존전략의 일부인 것이다.
대통령당선자께서도 말씀하셨듯이 우리는 이제 변방의 역사에서 벗어나 주도하는 역사로 변화하여 아시아의 질서변화를 주도하여야 한다. 이러한 방향에 동북아 물류중심지화는 이에 부합하는 정책이라고 하겠다.
<임진수(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물류항만연구센터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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