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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앞둔 한투ㆍ대투ㆍ대우證등 또 외국인 잔치되나
입력2003-12-28 00:00:00
수정
2003.12.28 00:00:00
정승량 기자
정치일정으로 사모펀드 도입이 늦어진다는 점은 전반적인 구조조정이 흔들릴 수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물론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아온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사모펀드 도입 지연이 그리 큰 문제가 될 수 없다는 시각도 있지만 그 파장은 예상보다 심각하다. 금융권의 구조조정과 공적자금 회수가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산업전반의 구조조정이 타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토종자본육성도 한 템포 늦어지는 것은 불문가지다.
당장 한투ㆍ대투증권, 대우증권 매각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그동안 공식적으로 내년 상반기중 한투와 대투증권 인수자 선정작업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혀왔지만 사모주식펀드 입법이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에서의 인수전이 벌어지면 외국인만의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구도다. 법적 근거도 없는 터에 사모펀드를 통한 국내대항자본을 조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투와 대투의 인수자가 원한다면 패키지로 끼워 팔겠다고 밝혀온 산업은행 소유의 대우증권도 마찬가지다. 한투와 대투, 대우증권 처리문제가 지연되면 우리금융지주회사나 자회사인 우리은행, 워크아웃 졸업기업의 매각작업도 영향권에 들어간다.
◇관련법안 통과 하반기나 가능할 듯=정부는 사모주식펀드 관련법안을 4월 총선후 17대 국회가 첫 개원하는 6월초에 제출하겠다고 공식화했다. 그러나 개정안도 아닌 전혀 새로운 성격의 법률이 국회에서 정부안대로 즉각 통과되는 예는 매우 드물다는 점에서 사모주식펀드의 국회통과시기는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펀드조성기간까지 합하면 사모주식펀드의 실체가 드러나는 시기는 더욱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모펀드의 성격 자체가 논란을 야기하고 일정을 지연시킬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지난 12월6일 경제장관간담회 개최 후 발표한 사모주식펀드 활성화 추진계획에는 펀드조성의 대상이 연ㆍ기금과 금융기관은 물론 일반기업까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산업자본이 참여하는 사모주식펀드는 자칫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현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논쟁이 가열될수록 입법작업은 지연되기 마련이다.
산업자본에 대한 경계 여론이 거셀 경우 정부는 연ㆍ기금과 금융기관만이 참여하는 방안을 내놓을 수 있겠지만 연ㆍ기금의 주식시장 참여문제도 그동안 시민단체들이 적극 반대해왔던 사안이라는 점에서 이것도 순탄하지만은 않다. 기껏 민영화를 해놓고 정부가 또다시 연ㆍ기금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배하는 `신 관치금융`논란도 재연될 가능성도 높다. 이런 상황인데도 여태껏 사모주식펀드에 관련된 시안조차 나오고 않고 있다.
◇우리금융, LG카드, 대우계열사 매각 등도 늦어질 듯=사모주식펀드입법 지연→사모주식펀드 조성 지연→국내 금융 및 부실기업 구조조정 지연 등 악순환도 예상된다. 우리금융지주회사나 자회사인 우리은행, 광주은행 등의 민영화작업, LG카드, 워크아웃을 벗어나고 있는 전 대우그룹 계열사 등의 처리방향도 혼선을 빚게 된다.
법이 통과되지 못한 상황에서 한 펀드당 수천억원에서 수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자금조성이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금융계 관계자는 “참여정부 출범 직후부터 대통령까지 나서서 투신사 구조조정을 외쳤지만 현재까지 이뤄진 것은 DJ정권 때부터 추진해왔던 현투증권 매각이 전부”라며 “정부는 사모주식펀드에 대한 시안이라도 빨리 공개해 논쟁이 있더라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환위기 직전의 종금사, 코스닥, 카드정책처럼 황망하게 처리했던 금융정책은 반드시 부작용을 낳았다”며 “정부가 무리하게 일정을 제시하기 보다는 현실에 맞게 일정을 제시하는 게 바람직할 것”고 제언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정이 촉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사안이어서 큰 차질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량기자 s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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