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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포커스] 전쟁흥정과 도덕적 해이
입력2003-03-04 00:00:00
수정
2003.03.04 00:00:00
권홍우 기자
9ㆍ11 테러 이후 미국은 2001년에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한데 이어 올들어 이라크 공격을 위한 포위망을 좁히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전쟁을 치르면서 우방국에게 너무 많은 대가를 치러 국제 질서의 또 다른 교란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와 국경을 맞대고 터키에 현금 60억 달러를 비롯, 모두 200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터키가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16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제공받을때만 해도 미국의 미사일 배치를 이유로 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정설이다. 그러나 터키는 IMF가 요구한 예산 삭감 계획을 맞추지 못해 자금줄이 끊겼고, 그러던 차에 미국에게 이라크 공격의 지상 루트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막대한 자금을 얻어낸 것이다.
지난주말 터키 의회가 미 지상군 배치를 반대하자, 터키 경제가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의회 표결후 처음 열린 3일 터키 증시는 12.5% 폭락하고, 터키 리라화는 3.5% 하락했다. 1년만기 채권 수익률은 하루에 무려 700bp(7% 포인트) 치솟아 61%에 거래됐다. 금융시장의 참여자들이 터키 의회로 하여금 미 지상군 주둔을 허용, 돈줄을 확보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초 아르헨티나가 금융위기에 허덕일 때 자금 지원을 거부하면서,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강조했다. 하지만 터키와 파키스탄에 대해선 IMF가 자금지원하도록 앞장섰다. 미국의 군사적 이해관계에 따라 돈을 줄 수 있다는 이른바 `달러 외교`의 연장선인 것이다.
미국은 파키스탄이 98년 핵무기 실험을 강행하자, 이에 대한 제재수단으로 파키스탄에 대한 경제 제재를 단행했다. 그러자 파키스탄은 금융위기에 허우적거렸고, 이를 살려준 것이 바로 미국의 아프간 공격이다. 미국은 파키스탄에 경제원조 뿐 아니라 핵무기 보유를 묵시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북한이 파키스탄과 핵무기 기술을 교류한 증거가 포착되고 있다. 미국이 파키스탄의 핵무기를 허용한 관례가 북한으로 하여금 더 무모한 행동으로 치닫게 했다는 지적이 있다.
미국으로선 전쟁 D데이를 이달 중순으로 가정한다면, 시간이 촉박하다. 터키 연안에 정박해 있는 미군 함정들이 탱크, 대포를 하역하는데 2주가 걸린다고 한다. 터키 정부는 미국과 막바지 시간의 싸움을 벌이며 흥정을 하고 있다. 돈의 흥정일 가능성이 높다. 전쟁이 낳은 또 하나의 도덕성 붕괴를 보고 있는 것이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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