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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이 경제위기 여파로 납품대금 어음결제를 크게 늘려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5일 중소기업중앙회가 1,418개 중소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4ㆍ4분기 판매대금 가운데 어음결제 비율은 45.1%까지 치솟아 지난 2002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즉 제품을 생산ㆍ납품한 뒤 현금, 신용장(L/C),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등 현금성 결제가 이뤄지는 비율이 절반을 약간 웃도는 54.9%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어음결제 비율은 지난해 1ㆍ4분기에 36.3%까지 떨어졌지만 2ㆍ4분기(38.1%)부터 오름세로 돌아서 3ㆍ4분기에도 39.5%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특히 대기업에 납품하는 협력 중소 제조업체들의 어음결제 비율은 46.0%로 지난해 3ㆍ4분기(38.4%)보다 급증하면서 전체 평균치를 크게 웃돌아 대ㆍ중기 상생노력의 취지마저 빛이 바래고 있다. 중소기업이 손에 쥔 어음으로 실제 판매대금을 받기까지 걸리는 기간도 평균 128.1일로 공정거래법상의 90일을 훨씬 초과했으며 대기업 납품업체들의 어음 회수기일은 평균 119.7일로 조사됐다. 중기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내수부진 등 경기침체로 대기업의 자금사정이 나빠지면서 중소기업들에 현금성 결제 대신 어음을 끊어주는 경우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대기업들이 말로는 현금성 결제를 높인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업계는 최근 어음결제가 다시 판치면서 금융부담이 가중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에서 어음 할인금리를 지원하고 보다 실효성 있는 상생협력이 지속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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