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는 차기 정부 5년 동안, 짧게는 바로 내년 기업들은 미래경쟁력을 확보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활동을 펼칠 것인가. 서울경제의 설문조사 결과대로라면 기업들의 ‘공격본능’이 되살아나는 모습이다. ‘기업규제가 완화된다’는 전제가 깔려 있지만 10대그룹들은 공통적으로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경영전략을 선택하겠다는 입장을 감추지 않았다. 차기 정부의 기업환경 개선속도에 따라서는 기업들의 투자확대 속도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막혔던 투자동맥 뚫린다=내년에는 기업들의 ‘투자동맥’이 확 뚫릴 전망이다. 국내 10대그룹 중 대부분이 내년 투자금액을 올해보다 최소 10% 이상 확대할 예정인 것. 현대ㆍ기아차그룹은 매출액의 5%를 투자한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지만 현대ㆍ기아차는 해외공장 증설에 따라 투자금액이 소폭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4억달러를 투자해 러시아 완성차 공장을 건설하고 기아차는 지난해 공사를 시작한 미국 조지아 공장에 내년까지 1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LG그룹은 내년 투자금액을 아직 확정하진 않았지만 올해보다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특히 LG필립스LCD는 내년부터 8세대 라인에 2조5,000억원을 단계적으로 투입할 계획이어서 올해 투자액(1조1,000억원)보다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올해 투자액이 6,000억원에 그쳤던 LG화학도 내년에는 10% 이상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SK그룹은 내년 투자금액을 기존 7조원에서 10% 정도 늘린 8조원대로 확정했다. SK텔레콤의 3세대 이동통신 투자를 비롯해 SK에너지가 내년 2월 합병할 SK인천정유 인천공장의 노후설비 교체 등에 대한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롯데는 올해보다 14% 늘어난 4조원, 한화는 17% 늘린 1조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한 대한통운 등 대형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금호아시아나와 한진그룹도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는 산업정책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돈으로 하는 투자가 늘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계열사별로 일욕심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기업이 춤추게 해달라”=이번 설문조사에서 주요 그룹들은 새 정부가 주력해야 할 경제정책으로 2가지만 집중적으로 선택했다. ‘규제완화를 통한 기업투자 활성화’(8곳)와 ‘한미 FTA 비준’(1곳)이 그것. 그만큼 기업들은 규제완화를 통한 기업환경 개선을 가장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환경 개선을 위해 가장 먼저 완화해야 할 규제로는 6개 기업이 ‘법인세ㆍ종합부동산세ㆍ유류세 등 조세제도’를 꼽았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높은 법인세율은 아시아의 경쟁국인 홍콩이나 싱가포르보다 높아 국내 투자매력을 떨어뜨리고 종합부동산세는 부동산 거래의 숨통을 막아 투자흐름을 막고 있다”며 “시장에 돈이 돌아야 경제가 살아나기 때문에 돈의 흐름을 막는 조세제도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업이 춤을 춰야 투자가 늘어나 일자리가 늘어나고 가계소득도 늘어난다는 것은 상식”이라고 덧붙였다. 10대그룹은 또한 통제와 규제를 앞세운 대기업정책보다는 경영활동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정책을 원했다. 여기에는 국내 기업들의 수준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근접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10대그룹 중 2곳은 새 정부가 주력해야 할 대기업정책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꼽을 정도로 무한경쟁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 출신 이명박’ 기대감 높아=10대그룹들은 내년 기업경영에서 유가 및 원자재가 상승(35.7%)과 서브프라임 사태 악화에 따른 미국 경기악화(35.2%)를 가장 우려했다. 주목할 점은 이 2가지 요소가 모두 국내 문제가 아닌 글로벌 경영환경에 관한 것이라는 것. 실제 새 정부의 경제정책 혼선, 비정규직법 확대에 따른 노사문제 확대, 부동산 등 자산인플레 상승, 주식시장 급락, 12월 총선에 따른 선심공약 등 다양한 국내 변수들은 내년 기업경영의 악재로 꼽히지 않았다. 한 그룹 관계자는 “기업을 잘 아는 CEO 출신이 대통령이 되는 만큼 컨트롤이 가능한 국내 문제들은 원만하게 처리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내 주요 그룹들은 대부분 글로벌 기업들이기 때문에 제어가 어렵고 예측하기 힘든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더욱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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