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모멘텀 부재 속에 한달 이상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대외 여건 개선에도 불구하고 증시를 이끌 만한 뚜렷한 호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시의 두 축인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는 각각 금융업과 IT업종을 중심으로 매수강도를 높이며 반등장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특히 외국인들은 모처럼 1,600억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 외국인 귀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12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97포인트(-0.25%) 내린 1,577.12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7월4일 1,577.94로 거래를 마친 후 한달 이상 1,500 박스권에서 지루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것. 이날 외국인은 13거래일 만에 처음으로 1,000억원이 넘는 물량을 순매수(1,630억원)했다. 기관도 600억원의 매수우위를 보였지만 개인이 2,483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국내 증시의 소강 상태가 계속되는 것은 상승을 견인할 만한 모멘텀이 없는 상태에서 유가 하락 등 호재성 재료도 글로벌 경제 둔화라는 보다 큰 악재에 잠식돼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유가 하락은 글로벌 성장둔화 우려감이 반영돼 있어 100% 호재라 볼 수 없고 최근의 달러 강세도 엔화나 유로화의 약세로 인한 ‘상대적’ 강세로 (이는) 글로벌 경기둔화가 미국 밖으로 퍼진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미국발 금융시장의 본질적 해소나 글로벌 경기개선 등의 시그널이 없이는 당분간 답보 국면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증시가 이 같은 답보상태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기관과 외국인은 금융업종과 IT업종을 중심의 선별 매수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4일부터 이날까지 기관은 3조8,779억원을 순매수하며 같은 기간 외국인의 매도공세를 육탄 방어하고 있다. 특히 금융업종을 1조4,772억원 순매수했다. 은행주를 4,460억원, 증권주는 5,211억원어치를 사들이는 등 금융업종을 집중적으로 매집하고 있다. 유재성 삼성증권 금융파트장은 “최근 한국 금융주와 상관관계가 높은 미국 금융시장이 다소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금융주에 저가 매수세가 들어오는 것”이라면서도 “은행의 자산건전성 문제나 증권사의 수수료 인하 이슈 등으로 상승 탄력을 얻는 데는 시일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비해 외국인은 이달 들어 IT업종을 집중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이날 2,051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을 비롯해 4일 이후 현재까지 IT업종에서만 3,024억원어치를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이날 장 중 한때 60만원을 회복하는 등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으며 LG전자 역시 5거래일 연속 올랐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원은 “기존의 IT주 공매도에 대한 ‘쇼트 커버링(Short Covering)’과 최근 낙폭 과대에 따른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의 매크로 환경(유가 하락, 달러 강세 등)이 유지된다면 내수쪽보다는 수출주에 무게 중심이 갈 수밖에 없어 IT업종의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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