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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조직개편 방향이 일부 드러났다. 경제ㆍ교육ㆍ과기 등 부총리제가 없어지지만 기능재편으로 기획조정기능을 강화한다는 것이 골자다. 현재 18개 부처는 13~14개 부처로 축소되더라도 경제정책에 관해서는 크게 청와대-기획재정부-금융부의 3원체제로 운영할 전망이다. 표면상으로는 김영삼(YS) 정부 이전의 경제기획원(EPB)과 재무부(MOF) 체제와 유사하다. 하지만 시대적 흐름을 감안해 부총리제를 없애고 수평적 관계 속에서 청와대가 경제대통령을 표방한 이 당선인의 의중을 살려 조정업무를 맡을 것 같다. ◇경제정책, 청와대-기획재정부의 기능 강화=이 당선인에게 보고된 정부조직 개편 시안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현재의 금융정책기능을 떼어내지만 기획예산처(예산)를 흡수한다. 당장 금융시장을 지배하는 수단인 금융정책이 없어지지만 그동안 예산 없는 기획ㆍ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경제정책국의 역할은 강화될 전망이다. 여기다 옛 기획원에 없던 세제-외환기능이 포함돼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사실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전망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청와대의 경제정책 조정기능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경제정책조정회의 등을 주재하면서 경제정책 기능을 총괄하는 경제부총리가 사라지면서 경제 전반을 조율하며 이명박 당선인의 의중을 경제정책에 반영하고 조정할 청와대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MB의 특성을 감안할 경우 경제정책도 구체적인 부분까지 세세히 챙길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있을 청와대 조직개편에도 이 같은 당선인의 의중이 상당 부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조직 개편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부총리제를 없애는 방안 외에도 부총리제를 경제부총리제 하나로 묶어 조정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이 초기에 검토되기도 했었다. ◇기능 위주의 대부처 대국제=이동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정부조직 개편에 대해 설명하며 “공룡부처로 부활하거나 관주도의 경제운용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부처 통폐합으로 대부처 대국제가 도입되면서 탄생하는 기획재정부 등이 과거 재정경제원과 같은 공룡부처로 비쳐지는 것을 우려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제부총리를 없애는 방안은 정부 쪽 파견인사뿐만 아니라 정당 쪽 파견인사들로부터 꾸준히 지적돼온 문제다. 부처 통폐합으로 부처 수가 줄면 자연 부처가 커지게 되는데 여기에다 부총리직제를 그대로 둘 경우 ‘공룡부처’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복되는 외교부와 통일부를 합쳐 외교통일부로 만들고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를 합쳐 여성복지부로, 농림부와 해양수산부를 합쳐 농림수산부로 재편된 것도 중복기능이 많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여기다 산업자원부와 과기부ㆍ정통부의 일부 기능을 합쳐 경제산업부로 만든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로 산업지원 성격의 부처를 현행대로 유지하기 힘든 측면이 감안됐다. 이외에도 정무장관이라는 타이틀 아래 무임소 장관을 부활한 것은 부처 통폐합으로 15인 이상을 둬야 하는 국무위원 수를 채워야 한다는 현실적 이유와 참여정부에서 당정 기능과 대국회 기능이 부족해 국정난맥이 컸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일본식 모델 참고=이날 발표된 정부조직 개편안은 일본이 지난 2001년 시행한 행정조직 개혁과 유사한 점이 많다. 특히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 기능을 금융감독위원회로 넘기는 경제부처 개편안은 일본의 대표적 권력기구인 대장성 해체 작업을 상당 부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도 최근 “일본의 대장성 개혁에 감탄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은 2001년 초 모리 요시로(森喜朗) 총리 시절 모두 22개에 달하던 성ㆍ청을 절반에 가까운 12개로 줄이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 과정의 하이라이트는 대장성의 예산 편성권을 신설된 경제재정자문회의로 넘기며 재무성으로 명칭을 변경, 대장성을 사실상 해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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