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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장수기업 키우자] 위기극복 능력·속도 뛰어나죠"

"장수기업, 회사·직원·소비자 신뢰가 최대 장점

멜르리오 멜르리오 디 멜르 회장

프랑스 파리 방돔광장 옆 명품거리에 있는 멜르리오 디 멜르 매장 모습. /파리=황정원기자


세계 4대 메이저 테니스 대회 중 하나인 '프랑스 오픈(Roland Garros)'은 붉은 벽돌 가루로 만든 클레이 코트에서 개최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우승자가 은색 트로피에 입 맞추고 흔드는 모습은 팬들에게 짜릿한 희열과 감동을 전해준다. 그런데 매년 우승자는 바뀌지만 시상식에 쓰이는 트로피는 같다는 걸 아는 사람은 드물다.

파리 본사에서 만난 올리비에 멜르리오(사진) 멜르리오 디 멜르 회장은 "시상식에서는 처음 만들었던 트로피를 준 뒤 다시 가져오고 크기는 조금 더 작지만 이름을 새겨 선수에게 전해준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이 회사가 매년 롤랑 가로스 트로피를 제작하는 것은 400년 넘는 역사와 함께 세공 기술력이 빼어나기 때문. 멜르리오 회장은 "올해의 유럽 축구 선수상인 발롱도르(FIFA Ballond'or) 트로피도 만들었고 프랑스 한림원 석학에게 수여하는 'cademicians' Swords' 칼과 칼집도 직접 만들어 이름을 새겨준다"고 강조했다.

멜르리오 디 멜르의 브랜드 심벌에는 루이 14세가 말을 타는 모습과 나폴레옹이 전승 기념으로 방돔광장에 세운 원기둥이 함께 새겨져 있다. 그는 "수백년 동안 주인이 바뀌지 않고 노하우를 전수해왔다"며 "보석 세공 분야에서 고품질을 고집하는 예술인이자 프랑스의 역사유산으로 남고 싶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또 "보석 세공에 대한 직원들의 재능, 회사와 직원과의 신뢰, 회사와 소비자와의 신뢰가 하나 될 때 최고가 되는 뛰어남이 나온다"며 "품질과 디자인에서 우리는 최고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멜르리오 회장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가치로 혁신을 꼽았다. 대표적으로 이 회사는 약 10년 전 물방울처럼 광채가 많이 나도록 하는 독자적인 세공 기술인 '멜르리오 컷'을 개발했다. 지난해에는 400주년을 맞아 기술과 스타일이 혁신적인 메디시스 목걸이의 현대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 1993년에는 시계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계란 모양의 디자인으로 아이덴티티를 확립하며 차별화시켰다. 그는 "메탈 금속 장식은 만드는 기술이 유사해 위험 부담이 적고 팔찌나 목걸이를 구입하려는 소비자가 시계도 같이 세트로 찾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의 불황에도 이 회사는 지난해 전년 대비 20% 매출 신장을 이뤄냈다. 멜르리오 회장은 "무거운 등껍질을 지고 가다 위기가 오면 목을 움츠리고 천천히 가는 거북이와 같이 장수기업은 어려울 때 덜 먹고 덜 벌고 가다 문제가 풀리면 속도를 내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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