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패션은 유행을 따라가는데 너무 치중하는 것 같아요. 젊었을 때는 유행을 따라 해도 괜찮지만 나이가 들면 유행보다는 지금 입어서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고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화숙(46ㆍ사진) 디자이너가 만든 여성의류 브랜드 '화숙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롯데홈쇼핑의 히트상품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지난 2006년 9월 론칭 이후 현재까지 누적 매출은 500억원에 달한다. 지난 4월 판매한 '로코코 블라우스 3종세트'는 분당 최고 1,7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해 롯데홈쇼핑 의류부문 매출 기네스 기록에 오르기도 했다. 이씨는 호주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미국 유학 중 인도네시아인 남편과 결혼한 그는 시누이가 살고 있는 호주에 정착해 디자이너 활동을 시작했다. 2004년 미스 호주의 이브닝 드레스를 제작해 화제가 됐고 호주 퀸즐랜드 주정부가 선정한 호주를 대표하는 명사 150인에 포함되기도 했다. 국내에서 갤러리아백화점에 매장을 오픈한 이씨는 3년 전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의 요청을 받고 홈쇼핑에 진출하게 됐다. 그는 "당시에는 홈쇼핑에 대해 잘 몰랐다"며 "홈쇼핑은 대량으로 생산하다 보니 퀄리티는 유지하면서 가격을 많이 낮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화숙리의 인기 비결은 30~50대 여성의 체형에 맞춘 로맨틱한 디자인. 이씨는 "여성은 결혼과 출산 등으로 체형에 변화가 오는 만큼 날씬해 보이면서 유행과 상관 없이 입을 수 있는 옷을 디자인하는데 치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여성을 상대로 일을 하다 보니 여성은 여성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30~50대 메인 고객들이 가장 로맨틱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옷을 만드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에는 화숙리 속옷도 론칭했다. 화숙리 속옷의 가격은 18만9,000원으로 홈쇼핑 속옷 중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론칭 방송에서 39분만에 매진된 이후 매 방송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이씨는 호주와 한국을 오가는 비행기 안에서 속옷을 상상하고 디자인하며 2년을 준비했다. 그는 "한국에 갈 때마다 속옷이 가리기 개념이 강하다고 느꼈는데 속옷도 보여줄 수 있는 아이템"이라며 "남편이나 남자친구에게 자랑할 수 있는 섹시하고 로맨틱한 속옷을 만들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홈쇼핑 제품이라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품질만큼은 절대 뒤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게 이씨의 철학이다. 이에 따라 이씨는 매달 한 두 차례 한국에 와서 화숙리 제품의 품질과 디자인을 직접 관리한다. 그는 "샘플을 제시한 상품이 잘못 나와 판매를 접은 경우도 있었다"며 "아무래도 방송이다 보니 시간을 맞춰 제품을 생산하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호주와 한국을 왔다 갔다 하니 피곤하고 지칠 때도 있지만 새로 선보인 란제리의 결과가 좋아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앞으로 쥬얼리 제품과 핸드백, 신발 등으로 사업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그는 "여성의 몸을 갖고 작업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검증 받은 제품에 치중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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