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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영향평가' 싸고 논란 확산

정부기관 시범평가 주도 객관성·중립성 문제 대두 "입법부에 기구 설치해야"<br>국내 과학기술 수준 감안 윤리등 부정 측면 강조땐 "산업발전 저해" 목소리도


과학기술의 발전이 꼭 장미빛 미래를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기술의 소유로 인해 집단간, 개인간 빈부격차가 커지고 환경오염, 윤리의식 혼란 등도 발생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이 가져 올 경제ㆍ사회ㆍ문화 윤리 및 환경 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발전적 대안을 마련하는 과정을 ‘기술영향평가’라고 한다. 최근 정부가 시행한 기술영향평가 시범사업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기술영향평가가 오히려 기술남용에 대한 면죄부가 돼서는 안되지만 과도한 규제로 국내 산업발전에 걸림돌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대형 토목공사에 앞서 실시하는 환경영향평가와 도심 대형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교통영향평가 등은 오래전부터 시행되고 있었지만, 기술영향평가는 국내에서 아직 생소한 단어다. 정부가 주도한 첫 평가는 지난해에 시작됐다. 기술영향평가는 신기술 개발에 다른 긍정적 또는 부정적 효과에 대해 미리 알아보자는 것이다. 긍정적 효과인 경제적 이익, 기술적 진보, 파급 효과, 경쟁력 향상 등과 함께 부정적 효과인 기술의 악용, 빈부격차, 소외, 인권문제 등을 종합, 예측하고 대비하자는 것이다. 종종 논란을 일으키는 환경영향평가의 경우데서도 볼 수 있듯 기술영향평가에서도 기술에 대한 시각차, 연구개발자나 이를 이용하는 기업ㆍ정부 등 각종 이해관계에 따른 대립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년에 걸친 사전검토와 관계 법령 정비를 끝내고 지난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주도로 최초의 기술영향평가위원회가 조직됐으며, 이 위원회는 1년여의 연구ㆍ검토, 보고서 작성 절차를 거쳐 연구결과물을 최근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보고했다. 주제는 ‘나노-바이오-정보융합기술(NBIT:NT+BT+IT)’이었다. 오동훈 KISTEP 박사는 “국민생활의 편익증진 및 관련 산업의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문화적ㆍ윤리적 함의 및 환경 문제를 비판적으로 검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범사업 결과를 두고 논란은 커지고 있다. 우선 평가기구의 중립성 문제다. 지난 2001년에 제정된 과학기술기본법에 따라 과학기술부 산하 KISTEP이 기술영향평가를 주관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영향아래 있는 산하기관이 국가 연구개발(R&D)사업의 부정적인 영향까지 솔직히 인정할 수 있느냐 여부다. 기술영향평가는 행정부에서 주도하는 R&D사업에 대한 종합적 평가를 하기 때문에 이 제도를 이미 도입한 대부분의 서구국가처럼 입법부 산하에 전담 평가기구를 두고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또 ‘뜬구름 잡는’ 것처럼 막연한 내용이 아닌 현실성과 실효성을 가진 주제를 선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기술영향평가의 결과가 실질적으로 관련부처와 연구자들에게 전달돼 연구계획이나 정책수립 과정에 반영되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단순히 정부사업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부여 장치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다. 김동광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소장은 “기술영향평가의 객관성을 위해서는 우선 평가가 이뤄지는 체계의 중립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기술영향평가의 내용을 과학연구와 정책수립에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홍보, 교육, 평가 메커니즘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나라의 현재 과학기술 수준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부정적 면을 강조한 나머지 기술발전의 싹까지 잘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근의 배아복제 줄기세포와 관련한 윤리논쟁이 대표적이다. 윤리적 문제 등에만 너무 집착할 경우 기술개발을 위한 적기를 놓치고 결국 기술종속국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논리다. 한편 KISTEP은 내년에도 하나의 주제를 선정, 기술영향평가 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과학기술단체 및 시민단체로부터 대상기술 추천을 받고 있으며 다음주 선정위원회를 구성, 이달 중순까지는 평가대상을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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