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주식형펀드에서 8조원이 넘는 자금이 허공으로 날아간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이후 처음으로 주식형펀드의 순자산총액(NAV)이 설정액보다 작아지는 ‘역전’현상이 나타나 그동안 쌓아두었던 이익은 물론 원금까지 까먹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 자금유입은 지속, 원금은 까먹어= 12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연초 28조1,432억원이었던 주식형펀드의 설정액(투자원금)은 8일 현재 38조5,658억원으로 올들어 10조4,226억원이 증가했다. 특히 본격적인 조정이 시작된 지난달 12일 이후 주식형펀드로는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면서 하루 평균 1,631억원의 돈이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펀드 원금에다 운용을 통해 발생한 수익까지 합친 순자산총액은 사실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35조2,147억원이었던 주식형펀드 순자산총액은 7일 현재 37조3,410억원으로 2조1,263억원이 늘었다. 올들어 10조원 이상의 자금이 펀드로 새롭게 들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8조2,963억원 만큼 오히려 손실이 난 셈이다. 펀드 결산에 따라 발생한 이익을 재투자한 금액이 신규 자금유입 금액에 일부 포함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원금 손실은 확실시된다고 투신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펀드 자산 원금대비 마이너스로 반전= 이에 따라 주식형펀드의 전체 자산도 원금 대비 마이너스로 반전됐다. 지난해 이후 주식형펀드가 높은 성과를 올리면서 순자산총액이 설정액보다 높은 현상이 이어졌지만, 지난 7일 설정액 38조4,525억원, 순자산총액 38조3,894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역전됐다. 8일에도 설정액은 38조5,658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순자산총액은 37조3,410억원으로 감소하면서 둘의 차이는 더욱 벌어졌다. 지난달부터 주식시장의 급락세가 이어지면서 펀드들이 운용을 통해 늘려왔던 투자이익 금액을 다 까먹은 것은 물론 원금까지 손실이 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김학균 한국증권 연구원은 “주식형펀드의 잔고가 급증하기 시작한 2004년 11월 이후 주식형펀드의 평균 가입지수대는 1,199포인트 수준이며 이 시기 투신권의 평균 매수단가는 1,232포인트로 주식형펀드 가입자들의 손익분기점은 1,200~1,230선”이라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현재 지수가 손익분기점 수준에 위치해 있다는 설명이다. ◇1,150 밑돌면 환매 본격화될 듯= 그러나 아직까지는 펀드 투자자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과거 주식형펀드의 환매가 시작된 것은 코스피지수가 정점을 형성한 이후 하락률이 20~40%에 달하는 시점에서 나타난 만큼 이번에도 1,150선 아래로 떨어져야 환매 압박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과거보다 금리의 절대 수준이 크게 낮아졌고 부동산 등 대체투자의 기대수익률도 현저히 낮아졌다는 점에서 실제 환매 압박이 가시화되는 지수대는 1,150포인트보다도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과거에는 모멘텀을 이용한 거치식 투자가 주류를 이뤘지만 현재는 적립식으로 투자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도 환매를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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