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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힘인가, 버블의 정점인가. 중국 증시가 거침없는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과열 논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중국 증시는 4,000선을 넘보며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상하이지수는 올 들어 3개월 만에 15.86%가 올랐다. 지난 1년간 지수 상승률은 무려 86.13%에 이른다. 하루 거래대금은 이미 1조 위안(한화 약 176조6,800억원)을 넘어섰다. 미국 증시 거래대금 400~500억 달러의 4배에 달하는 규모다. 하지만 중국증시에 대한 전망은 명확하게 엇갈린다. 과거 10년간 저평가된 중국 증시가 정부의 경기부양책 등에 힘입어 업그레이드되는 시점이라는 목소리와 단기과열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상하이증시 분기점에 도달= 3월 들어 중국 증시는 날개를 달았다. 각종 호재가 쏟아지는데다 풍부해진 유동성의 힘이 더해졌다. 증시 상승은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키우고 있다. 맥쿼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최근 시장이 강한 랠리를 펼쳤지만 여전히 정상 수준"이라며 "증시가 과거 10년간 극도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또 경기둔화가 역으로 주식시장 상승에는 호재라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재무정보업체 팩트셋은 경기둔화로 신탁상품 리스크는 오르고 부동산 시장은 약세로 전환해 상대적으로 주식시장이 더 매력적인 투자자산으로 인식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과열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높다. 최근 중국 증시 상승을 과열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수급 요인이다. 중국 증권 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계속 몰려드는 개미투자자들의 '묻지나 투자'다. 증감위가 직접 과열에 대한 경계를 보내고 있지만 지난달 새로 개설 된 계좌수만 400여만개에 달하고 증권담보대출 규모도 1조 위안을 넘어섰다. 반대로 외국인 등 기관 투자가들은 급등한 상하이 증시에서 슬그머니 발을 빼고 있다. 지난 달 마지막 주 홍콩계 ETF(상장지수펀드)가 무려 6억 2,000만 달러를 현금화 하는 등 외국인 투자자들은 17억 달러 규모의 차익을 챙겨 빠져 나갔다. 쉽게 말해 외국인과 기관이 차익 실현을 위해 던진 주식을 개인 투자자들이 떠안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fA)는 "중국 투자자들이 위험을 즐기고 있다"며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시진핑 효과 톡톡= 3월 들어 중국 증시는 호재성 정책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시진핑 정부의 글로벌 경기부양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실행계획이 발표된 데 이어 지난 30일에는 부동산 완화정책을 발표했다. 특히 일대일로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함께 대형 인프라 투자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실제 최근 상하이 증시에서는 중국교건, 중국전건, 하문강무 등이 일대일로와 AIIB 관련 테마주를 형성하며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정부가 지방부채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는 소식은 개인투자자들에게 경기회복 기대감을 높였다. 중국 재정부는 지방채 상환을 위해 1조 위안 차환을 발행할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다. 계획이 실행된다면 은행의 지방정부 부실채권 규모가 줄어드는데다 이자율이 낮은 채권으로 차환되며 지방정부의 재정 상황을 개선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정부의 재정상황 개선은 바로 투자 여력 확대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을 낳고 있다.
외환관리법 개정해 위안화 자본계정의 자유태환 추진도 증시에는 호재다. 중국 금융당국은 중국과 외국 개인투자자들이 상호 자유롭게 주식이나 채권, 금융상품 등을 투자하고, 주식이나 채권의 발행 지역과 화폐를 자유롭게 선택하게 할 계획이다.
◇추가 상승은 경기부양 효과에 달려= 지난 1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3월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는 50.1. 석달만에 경기 기준선인 50을 다시 회복했지만 세부지수는 여전히 침체 국면에 머물고 있다. 생산지수는 춘지에(설연휴)이후 공장들이 가동되며 51.4에서 52.1로 높아졌지만 내수경기와 수출경기의 선행지표인 신규주문지수는 50.4에서 50.2로 떨어지고 신규수출주문지수도 48.5에서 48.3으로 하락하며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중소기업의 상황이 반영되는 HSBC제조업 PMI는 49.6을 기록, 여전히 침체국면이다.
중국 증시 전문가들은 상하이 증시의 향방은 정부의 경기부양의 가시적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중국 당국은 증시 과열을 막기 위해 이달에도 30개 정도의 대규모 IPO(기업공개) 신주 발행을 하는 등 수급요인에 제한을 두는 만큼 추가상승은 펀더멘탈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 류젠헝 스탠다드차터드(SC) 아시아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금리인하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동성은 증시로 몰릴 수 밖에 없다"며 "여기에 정부의 경기부양책 효과가 가시화되면 중국 증시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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