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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총재 사실상 금리인상 선언…왜?

'중앙銀 역할론' 강조…명예회복 나섰다<br>"내년까지도 물가상승 위험" 등 들어 불가피성 강조<br>"정부도 물가 외치는데 한은은 뭐하나" 힐난도 의식

10일 남대문 한국은행에서 열린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한 이성태 한은 총재가 회의시작 전 심각한 표정으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구겨진 명예 회복에 나섰다. 그동안 물가가 폭등했지만 경기둔화를 고려해 11개월째 금리를 동결하며 중립 스탠스를 취해왔던 이 총재가 ‘물가폭등’을 멀거니 바라볼 수 없다며 사실상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특히 정부마저 경제기조를 ‘물가안정’으로 선회하고 과잉유동성을 걱정하는 등 중앙은행이 해야 할 일을 가로챈 듯한 모습에 ‘한은은 뭐하고 있느냐’는 힐난을 받고 있는 중앙은행 수장으로서 더 이상 굴욕을 감내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게 한은 주변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이날 금리인상론을 설파하면서 그 배경으로 5가지 근거를 조목조목 짚었다. 물론 노골적으로 발언하지는 않았지만 전과 달리 질문에 자세하고 길게 답변하는 등 금리인상의 불가피성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우선 이 총재가 밝힌 5가지 금리인상 이유 중 핵심은 ‘중앙은행으로서의 역할론’ 성찰이다. 주지하다시피 중앙은행의 제1목표는 ‘물가안정’이다. 한국은행의 설립목적이자 존재 이유다. 하지만 물가가 지난해 12월부터 한은의 물가관리 목표 상단(3.5%)을 벗어나기 시작한 뒤 6월 급기야 5.5%로 급등했음에도 한은은 꿀 먹은 벙어리인 양 ‘마스크 맨’을 고수했다. 물론 경기둔화가 심각하고 물가급등이 유가상승에 따른 비용적 측면이어서 통화정책에 운신의 폭이 좁았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의 금리인하 압박에 버텨온 것만 해도 대단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고물가가 예상되면서 3년 평균 물가 중기 목표가 3.5%를 넘을 경우 ‘한은이 물가안정에 무슨 노력을 했느냐’는 지적에는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결국 이 같은 압박에 이 총재로서는 “경기와 물가 사이에서 정책 선택이 어려운 상황에서 한은 본연의 임무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는 발언을 던지게 된 것이다. 경기도 중요하지만 본질로 본다면 중앙은행으로서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다. 이 총재는 이와 함께 금리인상의 근거로 올 하반기 물가압박이 예상보다 심각함을 거론했다. 그는 “물가가 상당 기간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올 하반기 중에는 물가가 5% 밑으로 떨어지기가 만만치 않다”고 시인했다. 지난달 연말께 안정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는 자취를 감췄다. 일각에서는 5%후반대는 물론 자칫 6%대 진입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특히 “하반기 전기료ㆍ가스요금 등 동결로 전제한 공공요금이 오르면 하반기 물가가 한은의 전망치보다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도 보탰다. 하반기 물가가 온통 지뢰밭투성인 이상 금리인상을 서둘러야 한다는 뉘앙스다. 이 총재는 세 번째 이유로 내년의 물가상승세까지 위험하다는 경고를 들었다. 그는 물가가 오르면 어느 정도 관성이 붙어 유가가 110~120달러로 내려간다고 해도 빠르게 안정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도 물가가 3%대로 떨어지기 어렵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내년에도 고물가가 예상되는 만큼 지금이라도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와 관련, 그는 “내년 이후라도 물가가 3%대로 안정돼야 경제가 정상적으로 갈 수 있다”며 “특히 물가상승이 임금인상으로 이어지는 2, 3차 기대인플레 효과를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리인상 효과가 통상 6개월에서 9개월 뒤에 나타나는 것을 감안하면 하루빨리 금리인상에 나서 내후년 물가라도 안정시켜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유동성 대책도 빼놓지 않았다. 이 총재는 미시적 대책으로 유동성을 잡을 수 있냐는 질문에 “얼마 전 금리조정을 중심으로 한 통화정책이 정부종합대책에서 언급이 안 된 것은 당연하다”며 “유동성에 영향을 주는 가장 본질적인 것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라고 단언했다. 즉 현재의 과잉유동성은 대출규제 등 미시정책으로 잡기는 어렵고 핵심인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으로, 결국 유동성을 잡기 위해서라도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총재는 끝으로 최근 진행되고 있는 환율정책만으로는 물가를 안정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금리정책과 병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환율을 특정 수준으로 붙잡아 물가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과도한 쏠림이 있다면 시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환율은 가격변수로서 당국의 개입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금리인상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게 이 총재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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