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 사고에서 한발 비켜나 있는 일부 카드사들의 과당 영업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사고 유발 카드사들이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인데도 서비스 무료 제공 등을 미끼로 고객 뺏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금융당국 및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현대·삼성카드는 최근 텔레마케팅(TM) 영업을 통해 고객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현대카드다. 현대카드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TM 영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은 현대카드의 이러한 행태에 불편한 시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는 논란이 거세지자 잠시 TM 영업을 중단했다 지난주부터 영업을 재개했다.
카드사의 TM 영업은 카드 가입 권유, 부가 서비스 판매 등이 주를 이룬다. 최근 이들 카드사가 주력하는 영업은 개인정보 보호 서비스 판매다. 이 서비스는 회원의 신용정보 조회나 변동 내역이 발생했을 때 문자나 이메일로 알려주는 것으로 월 3,3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3개 카드사가 판매하는 서비스는 이번에 문제가 된 KCB가 아닌 또 다른 개인신용평가사 나이스가 제공하는 것으로 카드사들은 서비스를 판매하고 약 10%(300원)가량의 판매 수수료를 편취한다. 카드사별로는 신한카드와 현대카드가 1개월 무료 서비스 제공을 미끼로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으며 삼성카드는 가격 할인 전략을 쓰고 있다.
카드산업은 경쟁사 간 동업자 의식을 찾아볼 수 없는 대표적인 모래알 업계로 유명하다. 당국 관계자 입에서 "카드업계는 단합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곳"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 같은 오명은 카드산업만이 가진 몇 가지 특성 탓이다. 카드산업은 짧은 업력에도 불구하고 카드 대란 같은 대형 부침을 수차례 겪었는데 그 결과 '맏형 노릇'을 해줄 만한 리더가 사라졌다. 시장 점유율로 보면 신한카드가 업계 1위이지만 은행계 카드사란 한계 탓에 단기 성과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카드산업이 전형적인 내수 시장이란 점도 동업자 의식을 흐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시장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 보니 카드사 간 '뺏고 뺏기기' 싸움이 다반사처럼 일어나고 이 과정에서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적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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