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성공의 반은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기에서 비롯됐고 역사적 실패의 반은 찬란했던 시절에 대한 기억에서 시작됐다.” 아놀드 토인비가 남긴 이 말은 ‘한강의 기적’으로 축약되는 우리나라 산업 60년을 되돌아보고 향후 60년을 준비해야 하는 바로 지금 되새겨야 할 교훈이다. TV와 라디오를 조립하던 삼성이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하고, 자동차공업사에서 출발했던 현대차가 ‘글로벌 톱5’의 완성차 메이커로 도약한 것은 “무엇이든 만들어 팔지 않으면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출발했다. 지금까지는 이 같은 절박함으로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앞으로 펼쳐질 미래시장의 모습은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기업의 시선은 내수가 아닌 세계로 향해야 하며 ‘무엇이든’이 아닌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 찬란했지만 이미 흘러버린 지난 60년의 기억에서 빨리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기업가 정신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121개 제품이 세계 시장점유율 1위=건국 이후 우리나라 산업은 말 그대로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이뤘다. 1970년대 초 2,460억원이었던 시가총액은 2007년 말 1,052조원으로 4,300배 증가했다. 2008년 포천지가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에는 한국 기업 15개가 포함돼 국가별 순위 7위를 기록했다. 이 모든 성공신화는 수출로 일궈냈다. 2007년 국내 기업의 세계 시장점유율 1위 품목 수는 121개. 2005년 기준으로 세계 수출국 가운데 17위다. 자원이 부족하고 내수 시장이 작았던 우리나라는 기업과 정부의 노력으로 70년대 이후 평균 수출 성장률 18.4%라는 놀라운 성적표를 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세계 12위의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초기 개발연대에는 수출의 대부분이 노동집약적 경공업 제품이었지만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투자의 결과 최근에는 무선통신기기ㆍ자동차ㆍ반도체ㆍ선박 등 고부가가치 기술집약적 상품들로 변모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눈부신 성과가 미래까지 약속해주진 않는다. 무(蕪)에서 유(有)를 찾아야 하는 도전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업’ 개척해야”=2005년 5월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이 “환경을 이용해 돈을 벌겠다”며 에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 전략을 발표했을 때 GE는 안팎의 반발과 비웃음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지난해 GE가 환경사업으로만 12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2010년 목표를 200억달러로 높이자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환경 사업에 앞 다퉈 뛰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산업도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신산업을 개척하는 것, 아울러 내수에만 머물러 있는 산업군을 글로벌화 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부존 자원이 없는 대한민국이 앞으로도 대규모의 자원을 소비하는 제조업 부문에만 안주할 경우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김재윤 삼성경제연구소 기술산업실장은 “앞으로는 눈에 보지 않는 섹터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가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환경과 에너지ㆍ헬스ㆍ금융 등의 분야에서 창조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재양성이 창조적 성장 담보”=어떤 분야에서든 보다 창의적인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은 앞으로 뚜렷하게 변화될 글로벌 경쟁 구도 때문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시장’은 이미 서구 선진국에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권역으로 중심축이 이동 중인 상황. 그러나 제조업 분야의 경쟁력은 중국과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이 무서운 속도로 뒤쫓아 오고 있다. 조용수 LG경제연구원 실장은 “한국산 제품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없다면 앞으로는 글로벌 무대에서 설 자리가 별로 없을 것”이라며 “인적자원의 창의성으로 승부할 수 있는 산업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인적자원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산업계에 주문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신사업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모두 사람에 대한 투자로만 가능하다. 송병준 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어느 나라도 생각해내지 못했던 제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은 오직 사람뿐”이라며 “인재 양성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우리 산업의 창조적인 성장을 담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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