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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이라크 전쟁
입력2003-04-23 00:00:00
수정
2003.04.23 00:00:00
이라크 전쟁이 미국의 일방적 승전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제2의 이라크 경제전쟁이 지구촌을 달구고 있다. 천문학적인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이라크 전후 복구 및 재건사업을 둘러싸고 총성 없는 전쟁이 재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 복구사업 규모와 관련해 미국 뉴욕의 싱크탱크인 미외교위원회(CFR)는 200억달러,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전략예상평가센터(CSBA)는 1,050억달러로 예상하는 등 편차가 크지만 앞으로 10년 동안 1,000억 달러 이상 달한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더군다나 이라크 이외의 중동국가들이 고유가로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을 동원, 그 동안 지정학적 불안으로 유보했던 대규모 사업을 본격적으로 발주할 것으로 보여 이라크 복구사업과 중동지역의 각종 프로젝트에 대해 전세계가 군침을 흘리고 있다.
연합군 당사자인 영국과 호주는 물론 일본과 덴마크 등이 이라크 복구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고 프랑스 조차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필리핀은 대통령이 나서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국내 업체들은 이라크 전후 복구사업에 참여할 업체를 선발하는 미국 국제개발처(USAID)와의 커넥션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고 정부는 다음달 초 쿠웨이트, 사우디 등 중동지역에 민ㆍ관 합동시장조사단을 파견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한국은 이라크 파병결정으로 이라크 전후 북구사업 참여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해외 평가가 나오고 있어 국내 기업들이 고무돼 있다.
미국 예일대 데이비드 더로사 객원교수는 최근 “한국은 파병으로 이라크 노다지(bonanza)에 한발 다가섰다”며 한국을 추켜세웠다. 산업자원부는 2년내에 이라크에 수출할 물량이 건설수주 등 1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지난 91년 200억 달러에 달한 걸프전 복구사업에서 고작 800만달러 정도 수주한데 그쳤고 아프카니스탄 복구사업에서는 단 한건의 수주실적도 없는 상태이다. 파병 뿐만 아니라 분담금까지 부담했지만 결과는 초라했던 것이다.
더군다나 전세계 반대를 무릅쓰고 전쟁을 강행한 미국이 과연 다른 나라에 황금노다지를 분배할 지 의문이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이라크를 침몰 시킨 것처럼 전후 복구사업도 거의 독식할 것이다. 이로 인해 한국은 미국 기업의 하청업체의 위치로 복구사업을 수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정부와 기업들은 이라크 파병이라는 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보다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정부가 북핵문제 평화적 해결 이외에 대규모 공사 수주라는 국익을 챙겨야 한다. 이런 점이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파병을 결정한 이유가 될 것이다.
특히 과거 해외건설사업이 업체간 과잉경쟁으로 적자수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을 재현해서도 안될 것이다. 정부가 적극적인 조정역할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정배(건설부동산부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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