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 우물만 파라"는 옛말, 돈 되면 무엇이든 한다
입력2003-09-22 00:00:00
수정
2003.09.22 00:00:00
신경립 기자
(1: 총론) 기존의 틀 깨고 돈 되면 뛰어든다(2)`생활은 食의 연장`‥‥사업다각화 최전선 식품업계
(3) 출산율 저하가 지각변동 부추긴다
(4) 키워드는 `가치`‥‥너도나도 고부가가치 사업行
(5) 제조업과 유통업의 경계도 허물어진다
`한 우물만 파서는 물이 모자란다`
기업이 성공하려면 한두 가지 `전공 과목`에 집중해야 한다는 논리가 언제부턴가 시대착오적인 `이상`으로 비쳐지기 시작했다. 소비가 성숙단계에 접어들고 소비자의 요구가 날로 고급ㆍ다변화됨에 따라, 내수시장에 주력하는 업체들이 지금까지 해 온 장사만으로는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에 따라 대표적인 내수 산업인 식품업계를 비롯, 각 업계는 같은 업종 내에서 사업 분야를 넓히는 것은 물론이고, 소비자의 수요만 있다면 전혀 새로운 업종으로의 진출도 서슴지 않는 상황이다. 주요 내수 업종에서 활발하게 벌어지는 오늘날의 사업다각화 현상을 시리즈로 집중 조명해 본다.
요즘 패션 및 유통업계의 최대 화두 가운데 하나로 단연 ㈜이랜드를 꼽을 수 있다. 올들어 연이은 아동복 브랜드 인수와 신규 브랜드 출시, 여성복 전문업체로 잔뼈가 굵은 ㈜데코 인수, 최근엔 뉴코아 인수의 야심을 내비치는 이랜드의 가속화하는 사업 확장은 동종업계가 아닌 업체들에게도 큰 관심거리다.
하지만 이랜드가 지닌 얼굴은 이보다도 훨씬 다양하다. 피자몰 등을 비롯한 외식사업과 호텔사업을 영위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졌다 치고, 얼마 전부터 건축자재 사업에 뛰어든 데 이어 조만간 문화 사업에도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말 그대로 `전방위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 패션 및 유통전문기업을 표방하는 이랜드 현재의 모습이다.
방사형으로 영역을 뻗쳐 나가는 이 회사의 움직임은 얼마 전부터 내수 업체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확산되는 사업다각화 바람의 일례에 불과하다. 패션, 유통은 물론 보수적인 식품업계 등이 기존에 추구해 온 사업분야의 틀이나 심지어 업종의 경계를 뛰어넘어 공격적인 변신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사업 다각화 추세를 주도하는 것은 식품업계다. `라면회사`의 대명사격인 농심은 언제부턴가 생수와 밥을 팔기 시작하고 과자회사로서 오랜 전통을 지닌 오리온은 오락산업에 부쩍 공을 들이며 미래를 위한 새로운 청사진을 마련했다. CJ, 풀무원 등 식품재료 업체들은 외식사업과 건강관련 사업으로 발길을 서두르고 있다. 유가공업체인 매일유업은 주스 시장 진출에 이어 최근에는 자회사를 통해 유아용 의류사업에까지 뛰어들어 본격적으로 사업의 틀을 깨고 나왔다.
내수시장에서의 성장이 한계점에 육박하면서 기업들이 수 년에서 길게는 창업 이래 수십 년 동안 매달려 온 주력사업에서 눈길을 돌리거나, 또는 시야를 넓혀 새로운 `돈 되는 사업`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 것. 각 업체들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처하는 차원에서 사업 다각화를 중대한 경영 전략의 하나이자 최대 현안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기에 이르렀다.
이랜드의 경우 신규사업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자회사를 별도 활용할 정도로 사업 다각화 전략에 무게를 싣고 있다. 지난 90년 설립된 이랜드그룹의 ㈜리드는 당초 브랜드의 인테리어 및 리뉴얼 등을 담당하는 인테리어사업부 등으로만 구성되던 데서 나아가 지난해 이래 신규사업 준비 기구로 자리를 잡았다. 이랜드의 건축자재 회사 이하프닷컴은 ㈜리드의 사업부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일부 유통점에서 운영중인 천원숍도 리드에서 인큐베이팅 기간을 거쳐 독립한 것. 최근에는 문화사업 진출을 위한 새로운 사업 준비에 착수하는 등 그야말로 이랜드 사업 확장의 탐사 작업을 위한 전략적인 실험장인 셈이다.
물론 지난 97년까지 기업들이 벌인 무분별한 사업 확장의 폐해에 대한 기억으로 최근의 공격적인 사업 다각화가 적잖은 우려를 낳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달라진 경영 환경과 실패의 경험 덕분에 최근의 확장 추세는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가 앞선다. 과거의 사업 다각화가 거액의 차입금을 끌어다가 일거에 대규모로 신규 사업을 벌이는 형태로 이뤄졌다면, 최근 사업 다변화에 나서는 업체들은 대부분 시장의 반응을 검증하기 위한 `테스트`과정을 거치고, 마구잡이식 외형 부풀리기보다는 주력 사업과의 연결 고리를 갖는 영역으로의 진출도 눈에 띄는 특징.
삼성경제연구소의 김종현 연구원은 “내수시장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선 새로운 사업영역으로의 확장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며 “주력 업종의 경쟁력을 확고히 유지하면서 현재의 소비 트랜드를 반영해 보다 넓은 영역으로 진출한다면 발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