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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국내 증시는 외국인의 외면으로 1,800포인트대의 감옥에 갇혀 있다. 글로벌펀드자금이 선진국을 선호하고 신흥국에서 빠져나가는 한 이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 방향성의 키를 갖고 있는 미국 경기가 개선되고 이 훈풍이 유입되는 4ㆍ4분기가 돼야 국내 증시가 선진국 증시와 보조를 맞출 것으로 내다봤다.
9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74% 오른 1,830.35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13일 1,900선이 무너진 후 한 달 가까이 1,780~1,850선 사이에 머물며 지루한 박스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도 1,013억원어치를 내다팔며 5거래일째 매도세를 유지했다.
미국 등 선진국 증시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다우존스지수는 전날 0.59% 오른 1만5,224.69포인트를 기록하며 3거래일째 상승했고 일본 니케이225지수도 이날 2.58% 오른 1만4,472.90포인트에 장을 마치며 최근 3주 사이 1,50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전날 독일(2.08%), 프랑스(1.86%), 영국(1.17%)도 오름세를 보였다.
글로벌펀드자금도 선진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 선진국시장으로 52억8,200만달러의 자금이 들어갔지만 신흥시장으로는 자금유입이 7억달러에 그쳤다. 특히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시장으로는 오히려 1억400만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선진국과 신흥국 증시 간의 디커플링이 심화되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같은 디커플링이 경기회복 신호를 보내고 있는 미국 등 선진국에 대한 매력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하며 외국인의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은 차익실현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그동안 신흥시장에서 수익을 봤던 자금이 경기회복으로 매력이 높아진 미국 시장 등 선진국 시장으로 들어가고 있지만 차익실현이 끝나면 다시 신흥국 가운데 경제 펀더멘털이 튼튼한 국내 시장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궁금한 것은 외국인 자금 유입의 조건과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와 중국 경기 등 두 가지가 개선돼야 미국 등 선진국 증시와 동조화를 보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박연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매도세"라며 "삼성전자는 애플과 달리 제품 수직계열화와 다양한 제품라인업이 있기 때문에 미국 경기 회복으로 소비가 늘면 자연스럽게 실적이 개선되고 외국인 자금도 유입돼 국내 증시도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형 동양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국내 대형주 가운데 중국에 의존하는 종목이 많은 것이 증시에 약점이 되고 있다"며 "10월 중국의 18차 당대회에서 구체적인 경제정책구상이 나오기 전까지 중국 증시가 지지부진할 것으로 전망돼 국내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4ㆍ4분기가 돼야 미국 경기 회복으로 기업실적이 오르며 선진국 증시와 커플링을 보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미국의 소비가 늘어 국내 정보기술(IT)과 자동차업체의 실적이 개선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전날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5월 경기선행지수를 보면 우리는 다른 신흥국과 달리 경기확장 국면의 사이클을 보이고 있다"며 "경기확장 초입에 들어갔기 때문에 미국 경기와 약간의 시차를 두며 시장이 완만히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중국 정부가 경제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데다 미국 경기 회복이 고용과 소비로 이어져 국내 시장에 훈풍을 불어넣기까지는 시차가 발생한다"며 "4ㆍ4분기는 돼야 국내 시장이 미국 시장과 커플링을 보이며 상승세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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