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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희준 농업기반공사 사장
입력2003-09-30 00:00:00
수정
2003.09.30 00:00:00
홍준석 기자
경기도 의왕에 위치한 농업기반공사 본사가 요즘 조용하다. 지난달 중순 태풍 `매미`로 인한 수해복구를 위해 대다수의 직원들이 매일같이 전국 곳곳으로 지원 봉사를 나가 사무실이 텅 비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본사 뿐만이 아니다. 수천명에 이르는 지방 본부 인력도 휴일까지 반납하며 수해지역에 투입돼 벼 세우기, 낙과줍기, 농가시설 복구 등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다른 기업에서 찾아보기 힘든 파격적인 지원이다.
이처럼 제 일을 제쳐둔 채 전직원이 발벗고 봉사 활동에 나서고 있는 배경엔 배희준(60) 사장의 `농민 사랑`이 자리잡고 있다. “물론 농업기반공사도 용수관리, 개발 등의 본연의 업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주 고객인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이것부터 챙겨야죠. 농민과 동떨어져 있는 공사란 결코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배사장의 농민 사랑은 단지 사장으로서의 형식적인 사탕발림이 아니다. 30여년간 농촌 현장에서 농민들과 함께 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실된 메아리다.
지난 67년 농림부 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배사장은 70년대 전남 농업통계 업무를 거쳐 80년대 농지개량조합연합회에서 강원, 전북, 전남지회장 등을 역임하며 줄곧 농정현장에서 잔뼈가 굵었다. 이후 2000년 농지개량조합, 농지개량조합연합회, 농어촌진흥공사 등 농업생산기반 관련 3개 기관이 통합해 농업기반공사로 출범할 당시 총무이사의 중책을 맡아 새 공사의 경영안정화 기반을 마련한 뒤 역량을 인정받아 올 1월 공사 2대 사장으로 취임했다.
“출범 당시 통합의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후 대규모 인원 및 조직 감축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영업부문의 적자폭을 개선해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매출액도 2000년보다 22.7% 늘어난 2조3,227억원을 달성했고, 업무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생산성도 대폭 향상시켰지요. 핵심사업인 물관리업무도 크게 효율화시켰습니다.”이 같은 실적을 인정받아 공사는 기획예산처, 삼성경제연구소, 서울대 등으로부터 공공개혁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배사장은 이런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경영개혁 가속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올해 수립한 `비전2005 계획`. 농업인 서비스 향상이 핵심이다. 즉 고객만족경영 실현을 위해 통합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서비스와 시스템 혁신을 도모하겠다는 것. 특히 물관리업무를 대폭 개선해 영농편익을 도모하는 한편 농업기술개발, 고객피해보상제 등 각종 서비스를 직접 찾아가 제공키로 했다. 현장조직 강화도 빼놓을 수 없다. 찾아가는 서비스를 위해서는 현장인력 확보가 필수. 따라서 본사인원을 대폭 지방부서로 내려보내는가 하면 지방 재량권도 크게 늘려줬다. 자연히 본사 및 도별 본부 조직은 더욱더 가벼워졌다.
수리시설물의 재해예방체제 구축도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다. 당장 이번 태풍에 공사가 관리하는 대형 저수지 등 주요 시설물의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등 큰 효과를 거뒀다. 이밖에
▲농업ㆍ농촌 활력 증진
▲강도높은 윤리경영 실천
▲해외사업 개척 등도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갈 예정이다.
배사장은 특히 중장기계획 중 친환경개발에 정성을 쏟고 있다. “기업경영에 있어 환경보존은 의무이기 이전에 생존조건입니다. 따라서 모든 사업을 추진하는데 환경을 첫째로 여기고 있습니다.”환경과 개발의 조화를 위해 공사는 환경농업, 농지오염방지, 오염토양복원 등 환경개선사업을 추진중이며, 특히 맑은 물 조성을 위해 `내고향 물 살리기 운동`을 범국민적 운동으로 확대해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친환경개발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공사는 환경단체의 반발로 13년간 추진해온 새만금간천사업 중단위기라는 어려움에 봉착해있다. 수질오염과 갯벌파괴 등의 문제를 들어 사업추진을 중단하거나 해수유통으로 갯벌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배사장은 “미래의 안정적인 식량공급을 위해서라도 새만금간척을 통해 대규모 농지를 확보해야 하고, 핵심 문제인 수질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며 “만약 건설된 방조제를 뜯어낼 경우 천문학적인 철거비용은 물론 엄청난 사회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며 사업 강행의지를 분명히 했다. 또한 비록 지금 법원의 집행정지 명령으로 사업이 일시 중단됐지만 친환경적 추진방안과 토지극대화이용 안을 마련해 새만금사업의 최적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배사장은 마지막으로 “재임기간동안 공사를 세계적 수준의 농어촌개발ㆍ용수 전문기관으로 이끌어내겠다”며 “특히 우리농업을 경쟁력있고, 희망이 있는 선도산업으로 육성토록 한국농업과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경영철학과 스타일
배희준 사장의 경영철학 키워드는 `변화, 고객만족, 환경`이다. 첫째 변화를 수용하고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변화를 예측하고 수용하며,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의 창의적인 사고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둘째 기업활동은 고객이 있기에 가능하며, 따라서 고객이 필요로 하는 기업만이 사회적 존재가치를 부여 받을 수 있다고 역설한다. 즉 고객의 소리를 최우선으로 반영하고 고객만족을 위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환경은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미래 삶을 보장하는 생존권과도 같기 때문에 모든 사업을 수행하는데 있어 환경을 중요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배사장의 좌우명은 `끊임없이 도전하고, 주어진 여건에 최선을 다하자`이다. 주위 평가 역시 결단력과 추진력이 강하며 합리적인 리더로 꼽힌다. 이에 걸맞듯 진취성과 프로정신, 변화주도 능력을 겸비한 사람을 중시한다.
이 같은 철두철미한 경영 스타일과 달리 배사장에게는 자상함과 넉넉함이 짙게 베어있다. 부처님 같은 온화한 미소에 신입 직원들과도 잘 어울리는 소탈함은 마치 이웃집아저씨를 연상케 한다. 이 때문에 직원들은 그를 `실무형 덕장`이라고 표현한다.
이순(耳順)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10시 취침-4시 기상`의 규칙적인 생활과 등산 등을 통해 굳건한 체력을 과시하고 있다. 체력만큼이나 주량도 대단하다는 후문. 부인 백영자씨와의 사이에 1남1녀.
◇약력
▲42년 전남 무안 출생
▲67년 농림부 공무원 임용
▲74년 전남 농업통계 행정주사
▲81년 농지개량조합연합회 입사
▲98년 농지개량조합 총무이사
▲00년 농업기반공사 총무이사
▲03년 농업기반공사 사장
<홍준석기자 jsh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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