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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체감경기는 싸늘하다
입력2000-08-31 00:00:00
수정
2000.08.31 00:00:00
[사설] 체감경기는 싸늘하다국내경기의 전반적인 상승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중 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9.3%, 출하는 19.2% 각각 증가했다. 제조업 가동률은 전달과 비슷한 81.5%를 기록했다.
통계청은 이를 근거로 경기가 곧 정점에 도달한다는 일부의 주장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산업생산뿐 아니라 경기동행 및 선행지수도 경기낙관론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7월 중 도소매 판매 증가율이 전달보다 떨어져 소비둔화추세가 심상치 않지만 통계청은 이를 단기 조정 정도로 해석하고 있다. 수출과 설비투자가 워낙 호조를 보여 소비둔화가 경기상승세의 발목은 잡지못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금융위기의 냉기류속에서 우리 경제가 의외로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통계청의 분석대로라면 경기상승세의 지속과 연착륙을 낙관해도 좋을 법하다. 하지만 이것은 지표경기일 뿐이다.
대다수 기업들은 체감경기가 썰렁하다고 아우성이다. 대기업들은 하반기 경기가 둔해질 것을 예상하고 매출목표를 낮추거나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경기실사지수(BSI)도 하향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소비둔화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여름세일에 실망했던 백화점들은 추석경기도 낙관치 못하고 있다. 재래시장의 불황은 이미 갈데까지 간 상황이다. 주가폭락과 물가불안에 따른 소비심리위축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체감경기와 지표경기의 지나친 괴리는 무엇보다도 업종별 경기양극화 탓이 크다. 반도체·정보통신·자동차 등 3대업종을 빼고 나면 실제 생산증가율은 크게 낮아진다. 특히 반도체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반도체의 대안산업을 키우지 않은채 반도체가격이 급락하자 찾아온 것이 환란이었다. 지금은 정보통신이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자리잡고 자동차가 기대이상의 제몫을 하는 것은 다행스러우나 더 많은 고부가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새로운 성장축으로 급부상했으나 침체의 늪에 빠진 벤처기업을 살리는 일도 시급하다. 실업률이 떨어졌으나 악화되고 있는 고용구조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들이 하반기 경기전망에 극도로 민감한 것은 무엇보다도 불안한 금융시스템 탓이 크다. 금융이 또다시 혼란에 빠지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경기가 급랭할 수 있다.
금융구조조정을 너무 밀어붙이면 기업에 큰 부담을 준다는 반론도 만만치않으나 경기가 그나마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지금 구조조정의 매듭을 서둘러야 한다. 기업과 산업별 실상에 맞는 실효성있는 대책 수립과 구조조정의 완결로 경제의 체질을 다져야 경기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다.
입력시간 2000/08/3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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