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의 3파전.’ 올해 남자골프 판도를 달리 설명할 적절한 표현이 또 있을까. 필 미켈슨(35ㆍ미국)이 16일 끝난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 우승으로 세계랭킹 3위에 우뚝 서면서 미국 PGA투어는 완벽한 3각 구도가 형성됐다. 타이거 우즈(30ㆍ미국), 비제이 싱(42ㆍ피지), 그리고 미켈슨 등 ‘빅3’는 약속이나 한 듯 나란히 시즌 4승씩을 거두며 세계랭킹과 투어 상금랭킹에서 1~3위에 자리를 틀고 앉았다. 정삼각형의 각 꼭지점을 형성한 채 팽팽한 힘 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3파전의 자극제가 된 것은 싱. 시즌 두번째 대회였던 1월 소니오픈에서 싱은 ‘빅3’ 가운데 가장 먼저 우승컵을 거머쥐며 경쟁의 불을 댕겼다. 지난 2003년 처음으로 상금왕에 오른 데 이어 지난해에는 상금왕과 다승왕, 올해의 선수, 그리고 세계랭킹 1위까지 빼앗았던 그는 불혹의 나이를 맞은 이후 3년 동안 17승을 보태면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비록 메이저 타이틀을 챙기지는 못했지만 싱은 우즈와 함께 올해 4개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톱10’에 입상한 단 2명의 선수가 되며 변함 없는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유일한 약점인 퍼팅만 따라주면 그 대회는 싱의 차지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부활한 우즈는 9승을 올렸던 2000년에 못지않은 위력을 과시하며 긴장감을 높였다. 1월 뷰익인비테이셔널과 2월 포드챔피언십 우승으로 시동을 걸더니 통산 4번째 그린재킷(마스터스)을 차지했고 US오픈 준우승에 이어 브리티시오픈을 제패하는 기염을 토했다. PGA챔피언십에서는 비록 자신의 두번째 ‘한 시즌 메이저 3승’ 기록에는 못 미쳤지만 첫날 최악의 성적(75타)을 내고 간신히 컷을 통과하고도 2타차 공동4위로 대회를 마치는 무서운 뒷심을 발휘했다. 미켈슨의 약진은 3각 구도를 완성하고 팬들의 흥미를 더욱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 무너지곤 했던 미켈슨은 이번 PGA챔피언십에서 강자들의 추격을 뿌리치고 우승을 따내 ‘새가슴’의 오명을 말끔히 털어냈다. 지난해 마스터스 우승으로 ‘메이저 무관’의 한을 풀기까지 데뷔 이후 12년이 걸렸던 그는 16개월만에 두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수확, 부상 중인 어니 엘스(남아공)를 제치고 ‘넘버 3’에 올라섰다. PGA챔피언십에서 1타차 공동2위를 차지한 토마스 비욘(덴마크)은 “미켈슨은 메이저 1승에 그칠 선수가 아니라 10승은 올릴 수 있는 그릇”이라고 평가했다. 16일 현재 시즌 상금랭킹에서는 729만여 달러의 우즈가 싱(695만달러)과 미켈슨(556만달러)에 한발 앞서 있다. 앞으로 월드골프챔피언십 시리즈 NEC인비테이셔널과 아멕스챔피언십,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챔피언십 등 굵직굵직한 대회가 기다리고 있어 이들의 경쟁과 팬들의 관심이 갈수록 열기를 더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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