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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韓日 FTA '네탓 공방' 안된다
입력2004-04-23 00:00:00
수정
2004.04.23 00:00:00
지난 3월26일 현명관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의 “삼성전자도 한ㆍ일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한다”(3월27일자 본지 1면 참조)는 폭탄발언 이 후 여의도 전경련회관은 요미우리ㆍ니케이 등 일본언론들의 취재경쟁으로뜨겁게 달궈졌다. 현 부회장을 찾은 일본 기자들의 질문은 “왜 갑자기 입 장이 달라졌는가”였다.
재계의 한일 FTA에 대한 입장은 외견상 분명히 달라졌다. 전경련은 지난해 부터 줄곧 일본과의 FTA에 대한 찬성입장을 보였고 가장 가깝게는 지난달초 서울에서 열렸던 일본 게이단롄 회장단과의 한일 재계회의에서도 이 같 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한칠레 FTA의 국회비준 이후 일본과의 FTA가 급물살을 타자 재계의 입장은 돌변했다. 자동차 등 부품소재업계의 피해우려가 고조되면서 한일FTA ‘속도조절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 “삼성도 일본과의 FTA를 반대한다”는 현 부회장의 발언은 이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재계의 ‘속도조절론’은 엉뚱하게 정부의 ‘심기’를 건드렸고 급 기야 양측의 갈등은 23일 오전 정ㆍ재계 합동 한일 FTA 협의기구인 ‘통상 위원회’ 창립총회에서 돌출됐다.
이날 회의에서 현 부회장이 “그동안 경제단체(전경련)가 각론에 대한 주도 면밀한 검토 없이 한일 FTA에 대해 찬성입장을 표명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각론반대 입장을 재확인했고 이에 대해 김현종외교통상부통상교섭조정관은 “(정부는) 업계가 하자는 대로 (한일 FTA협상) 했다”며 재계의 태도변화에 불만을 터뜨렸다.
한일 FTA의 최대쟁점은 경쟁력이 취약한 한국 부품소재산업의 피해우려다. 게다가 일본은 3%의 관세를 낮추면 관세율 ‘0’이 되지만 우리는 8%의관세를 한꺼번에 철폐해야 하므로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
이러한 현실을 떠안은 채 한일 양국의 FTA협상은 시작됐다. 우리에게 직면 한 것은 우리의 피해를 줄이고 일본의 양보를 이끌어내야 하느냐다. 여기에 정부의 체면이 따로 없고, 재계의 잇속이 틈입할 여지는 없다.
우리 정부와 재계가 한가롭게 ‘네 탓’ 공방을 벌이는 동안 일본 정ㆍ재계는 느긋하게 휘파람을 불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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